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은 5일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이라크의 대량 살상무기 관련 자료를 제시하면서 군사행동 지지를 촉구한데 대해 무기사찰 시한 연장을 주문하며 미국의 개전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또 안보리 상임이사국중 유일하게 미국의 강경책에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 영국과 스페인 및 불가리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안보리 이사국과 각국 정부가 미국이 제시한 증거들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양극화 양상을 나타냈다. 도미니크 드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안보리 연설을 통해 "무력 사용은 최후의 수단"이라면서 사찰활동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드빌팽 장관은 프랑스는 파월 장관이 제시한 증거들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그간의 사찰 활동을 통해 커다른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사찰단의 수를 2배, 3배로 늘리고 더 많은 사무소를 개설하는 한편 이라크내 정보 수집과 감시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자"면서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위한 "엄격하고 현실적인" 마감시한을 설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무력 사용보다는 "정치적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바노프 장관은 "파월 장관이 제시한 정보는 이라크에 대한 국제사찰이 계속돼야 함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들 정보는 단지 이라크가 안보리의 요구에 어느 정도나 순응하고 있는지에 관한 대답만을 제공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바노프 장관은 특히 이라크내 의혹시설에 대한 공중 사찰을 위해 러시아가 항공기를 제공할 의사가 있음을 표명하기도 했다. 탕자쉬앤(唐家璇) 중국 외교부장도 사찰시한 연장에 동조하면서 중국은 전쟁을 피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경주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탕 부장은 "이라크 사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고 전쟁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희망"이라면서 "최소한으로나마 정치적 해결의 희망이 있다면 우리는 이를 성취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해야만 하며, 중국은 다른 나라들과 더불어 이러한 노력에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비상임 이사국인 카메룬 역시 사찰 연장을 주장하면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평화적 해결책 모색을 위해 바그다드를 방문할 것을 제안했다. 안보리에서 아랍권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시리아는 무기사찰 활동을 계속 지원하고 사찰단이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파키스탄도 안보리 연설을 통해 "안보리는 이라크에 대한 추가 행동을 결정하기 이전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찰단의 결론을 기다려야만 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비상임 이사국중에서도 스페인과 불가리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사찰시한 연장에 동조했다. 그러나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파월 장관이 제시한 증거는 "가장 강력하고 신뢰할만한 내용"이라면서 "시간은 매우 촉박하다"며 이라크 무장해제 필요성을 역설했다. 스트로 장관은 "이라크가 계속 협조하지 않을 경우 안보리는 이에 따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면서 "후세인 대통령은 자신이 직면한 심각한 상황에 관해 추호도 의문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편 워싱턴을 방문중인 오토 쉴리 독일 내무장관은 이날 이라크 전쟁이 벌어질 경우 이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자극하고 전세계에서 테러 공격위협을 고조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헝가리 국방장관이 이날 이라크 공격 불참 의사를 공식 표명하고 벨기에 외무장관도 파월 장관이 제시한 증거는 이라크 공격을 정당화시킬 만한 내용이 전혀 없다고 밝히는 등 이라크전 반대 분위기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유엔본부.워싱턴 AP.AFP.dpa=연합뉴스)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