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사태와 관련해 지금까지 침묵을 지켜온 중국 언론들이 갑자기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난하는 내용의 보도를 하기 시작했다고 CNN 방송이 5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이날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가 최근 사설을 통해 미국이 유엔 무기사찰단의 활동에 대해 거만하면서도 참을성 없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혹평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또 중화권의 인기 온라인 매체인 SINA.COM은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오너드라이버들이 사담 후세인 제거작전에 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팡닝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SINA.COM에서 부시가 이라크를 공격하려는 것은 국제 석유시장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제사회는 미국의 패권적인 행동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신화통신도 타오원자오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이라크를 겨냥하는 것은 어떤 국가나 단체건 미국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지난해 이라크 문제가 가시화된 직후 중국 언론들에 대해 미국을 너무 비난하는 내용의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보도 지침을 하달했었다. 중국은 최근까지 `미국과 협조하며 충돌은 피하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는 대미정책을 유지해왔으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투표에서 대 이라크 공격안에 기권한다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에 따라 중국 관영언론들이 반미 성향의 논조로 보도 방향을 급선회하고 있는 것은 중국 인민해방군 장성들 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대미 강경론이 득세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킨 이후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며 중국은 북한에 대한 공격을 중국의 권력과 주권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있다. 신화통신이 지난 주 군사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핵공격을 물리칠 수 있는 막강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내놓은 것도 미국의 대북 공격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중국의 정치 전문가들은 후진타오(胡錦濤) 공산당 총서기를 비롯한 중국의 제4세대 지도부는 미국의 대이라크 정책에 대해 더욱 강경한 입장을 채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