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보건의료 서비스는 거의 없다고해도 좋을 만큼 열악하기 그지 없다고 BBC 인터넷판이 4일 보도했다. 아프간 의료서비스의 70%는 외국 원조기관의 원조를 받아 이뤄지고 있으며 그나마 있는 의료기관들도 외부의 원조없이는 운영이 곤란한 상태다. 실제로 이 나라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도 간단한 처치에 필요한 기본적인 의료장비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첨단 의료장비는 아예 구경할 수 없고 청결이라는 말도 소수 의료기관만이 흉내낼 수 있는 사치에 속한다. 이러다 보니 매우 높은 모성사망률을 비롯해 소아마비, 괴혈병, 영양실조, 빈혈,결핵, 백일해 등 선진국들에서는 이미 사라진 끔찍한 질병들이 아프간에서는 여전히기승을 부리고 있다. 도시 외곽에 사는 주민들은 가장 기본적인 처치도 받기 어렵다. 가장 가까운 진료소라도 걸어서 하루나 걸리기 때문이다. 어쩌다 진료소에 간다 해도 비용이 소수의 부유층이나 낼 수 있을 만큼 비싸다. 이런 보건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영낙없이 임신부와 영아들이다. 유엔 아프간 지원단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시간당 2-3명의 임신부가 죽어갈 정도로" 이 나라의 모성사망률은 세계 최악 수준이다. 또 아프간 어린이의 절반 이상이 발육장애와 요오드 결핍증을 앓고 있다. 모성사망률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카불 지역에서는 성공적인 출산이 늘고 있지만 지방에서는 여전히 출산 중 사망하는 임신부들이 많다. 북동부의 오지인 바다크샨주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산모의 7%가 출산 중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보건 통계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일하는 역학자 욘 플리래커스 박사는 "일부 지역들에는기본 보건의료서비스 및 장비가 아예 없으며 의약품도 없다"면서 "영아 사망률도 극도로 높다"고 말했다. 아프간에서 태어난 100명의 어린이 중 14명은 5세가 되기 전에 사망한다. 운좋게 살아남은 사람도 평균 수명이 46세에 불과하다. 영국의 평균 수명은 75-80세다.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기는 하다. 카불에서 가장 큰 산과병동을 보유하고있는 말라이병원의 경우 비품을 일신하고 직원들에게 긴급분만 훈련을 시키고 있다. 다른 지역의 일부 종합병원들도 원조와 훈련을 받고 있다. 의약품을 갖춘 소규모 진료팀이 접근이 어려운 농촌지역을 순회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프간 국민의 보건을 증진시키려면 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플리래커스 박사는 "교육이 수반되지 않으면 질병통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성공의 열쇠는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 사망을 유발하는 행동을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기자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