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공중폭발한 이후 이미 각종 문제점이 지적돼온 국제우주정거장(ISS) 운영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한 우주항공 전문가는 우주왕복선 운행을 아예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등 컬럼비아호 공중폭발의 충격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번 컬럼비아호 폭발로 ISS 건설은 큰 차질을 빚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현재 전체 공정 가운데 3분의 1도 완성되지 않은 ISS 조립 작업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컬럼비아호의 문제점 치유를 위해 상당한 시간을 들일 경우 그 기간만큼 최소한의 인원만으로 운영되거나, 심지어 장기간 그대로 방치될 수도 있는 운명에 처할 수 있다고 우주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컬럼비아호 외 나머지 3개의 우주왕복선도 NASA가 사고 원인을 정밀조사하는 동안 지상기지에 착륙한 상태이며, 이번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데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우주왕복선이 다시 이륙하기 전까지는 최소한 수개월이나 심지어 1년 넘게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의 우주 관리들과 의원들은 우주왕복선 운행 재개 시점과 관련, 사고 후 32개월이 걸렸던 지난 86년의 챌린저호 사고 때와 비교할 때 이 시점보다는 훨씬 빠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션 오키페 NASA 국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발생한 상황을 점검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문제점을 고치면 바로 우주비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오키페 국장은 그러나 나머지 남은 미국의 3개 우주왕복선 가운데 1개가 오는 6월까지 ISS로의 우주비행을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르면 오는 6월 우주왕복선 운행 재개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이어 우주비행사 안전문제가 예산 삭감 등의 문제로 무시돼 왔다는 비난에 대해 우주 프로그램에서 최우선시해온 것은 우주비행사의 안전문제라고 반박했다. 어쨌든 이번 사고는 컴럼비아호 등 미국의 우주왕복선만이 태양전지판이나 트러스 등 부피가 큰 물품을 운반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ISS 계획에 큰 타격을 줄 것이 확실하다. 미국의 우주왕복선 외에 나머지 남은 우주선인 러시아의 소유즈로켓은 이같은 큰 부피의 물품을 운반하기에는 부적절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미국 의회의 의회우주연구실 우주정책 분석가인 마시아 스미스도 우주 전문 인터넷사이트 스페이스닷컴과 인터뷰에서 이번 컬럼비아호 공중폭발로 ISS프로그램이 "엄청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러시아의 한 우주전문가는 지난 1일 인테르팍스 통신과 회견에서 미국 우주왕복선이 모두 지상기지에 머무른다면 ISS는 '무기한' 무인 기지로 남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오는 2006년 미중력 상태의 우주 실험실로 활동하게 한다는 계획 아래 조립공정이 진행중인 ISS는 현재 40개의 예정된 조립 공정 작업중 단지 20개만 완성된 상태이다. 모두 완공됐을 무게는 450t으로 예상되나 현재 무게는 130t에 불과하다. 여기에 이제 남은 유일한 우주선인 러시아의 소유즈도 러시아의 우주 프로그램 예산 부족으로 1년에 2번 이상은 발사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ISS 운영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특히 컬럼비아호 공중폭발 이후 우주활동과 관련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10일자 최신호에서 `우주왕복선 운행은 중단돼야 한다'는 제목의 항공전문가 그레그 이스터브룩 브루킹스 연구소 초빙 연구원의 기고문을 실었다. 지난 86년 1월 미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고 5년전에 이미 챌린저호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는 이스터브룩 연구원은 "불행하게도, 챌린저호 비극의 핵심에 놓여 있던 주요한 문제점이 컬럼비아호 사고에도 그대로 적용됐다"면서 "핵심 문제점은 바로 우주왕복선 그 자체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미국의 우주 프로그램은 너무 비용이 많이 들고 너무도 위험한 우주 왕복선 시스템에만 고정돼 왔다"면서 "우주왕복선은 기술적인 측면을 보면 인상적이나, 재정적인 측면과 안전문제를 보면 어떠한 프로젝트도 우주 탐사와 관련해 해악 이상의 결과를 주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스터브룩 연구원은 "미국과 러시아의 유인 우주 프로그램 가운데 치명적인 사고로 분류되는 3건 가운데 두 건이 우주왕복선에서 발생했다"면서 "이로 볼때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은 중단돼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진다"고 강조했다. 뉴스위크 최신호(10일자)도 `여전히 별에 다가가려고 하는 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챌린저호 이후 17년만에 발생한 우주왕복선 폭발 사고는 우주왕복선의 미래에 "유인 우주선 임무의 대가로 우리는 무엇을 지불할 것인가"라는 복잡한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면서 향후 우주왕복선 운행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파리.워싱턴 AP.AFP=연합뉴스)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