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우주계획이 또다시 큰 타격을 받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일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지구귀환 도중 공중폭발해 승무원 7명 전원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미 유인 우주선 발사 42년 역사상 우주선이 지구 귀환이나 착륙도중 사고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것은 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직후 공중폭발해 승무원 7명이 사망한 지 17년만에 또다시 발생한 대형사고로 미국의 우주계획은 당분간 차질을 빚을수밖에 없게 됐다. 컬럼비아호는 지난 1월16일 첫 이스라엘 우주인 1명과 여성 우주인 2명 등 미국우주인 6명을 태우고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돼 각종 과학실험을 마친뒤 이날 오전 9시16분 케네디 우주센터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사고순간 = 사고 순간 TV 카메라로 잡은 컬럼비아호의 비행궤적은 한줄의 흰연기로 이어지다 폭발시점으로 추정되는 순간부터 여러갈래로 흩어졌다. 폭발 추정 지점이 지상에서 수만m나 떨어진 고공이었지만 텍사스주 동부 일대주민들이 엄청난 폭발음을 들었다고 한결같이 말해 컬럼비아호가 매우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음을 시사했다. 컬럼비아호가 폭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은 텍사스 시간으로 오전 8시(한국시간 오후 11시). 대부분의 주민들이 막 잠자리에서 일어나 하루 일과를 준비하거나주말 휴일을 맞아 느긋하게 잠에 취해 있을 때였다. 텍사스주 팔레스타인의 주민 밥 멀터씨는 뉴스전문채널 CNN과의 인터뷰에서 "토네이도(회오리바람)가 몰아칠 때와 같이 크고 강렬한 소리와 함께 집이 오랫동안 흔들렸다"면서 "하늘을 올려보니 뭔가가 나선형을 그리며 지나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켐프의 주민 벤저민 래스터씨는 "컬럼비아호에서 많은 광선과 함께 잔해같은 것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봤다"면서 "그 직후 집이 흔들렸고 충격음파(초음속 제트기의 폭발음)를 느꼈다"고 말했다. 내커도처스 경찰관 그레그 소웰씨는 "수많은 잔해에 대해 신고가 들어왔다"면서"잔해가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 NASA 발표 = NASA는 컬럼비아호와의 교신이 끊기자 비상사태임을 발표했다.컬림비아호는 사고당시 약 20만피트(약 6만5천m) 상공에서 시속 2만㎞로 비행하고있었다. 현재 텍사스주 댈러스-포트워스 지역의 수색 및 구조팀이 컬럼비아호의 파편과 승무원 시신을 찾고 있다. NASA는 텍사스 지역 주민들에게 우주선 파편이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을지 모르니 NASA 관계자나 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이 도착할 때까지 파편에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션 오키페 NASA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사고가 지상의 어떤 물건이나 사람에 의해 발생했다는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테러범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이 별로없다는 말이다. 오키페 국장은 기자회견 전에 승무원 유족들을 만났으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유족들과 접촉을 갖고 "심심한 국가적인 조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오키페 국장은 "우리는 유족들에게 승무원 시신을 찾고 이 비극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 즉각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백악관과 NASA 본부에는 조기가 게양됐다. 휴스턴의 존슨우주센터에 있는 NASA 관계자들은 동부시간 오전 9시에 우주왕복선과의 교신이 끊겼다면서 우주왕복선은 동부시간 오전 9시16분에 착륙할 것으로 예상됐었다고 말했다. ▲ 컬럼비아호 = 컬럼비아호는 NASA가 보유한 우주왕복선 가운데 가장 오래된기종이며 22년 전인 1981년에 처음으로 지구궤도에 올랐다. 이번 사고는 컬럼비아호의 28번째 우주비행이었다. 1792년 미국 선박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일주를 한 배의 이름을 딴 컬럼비아호는이후 만들어진 챌린저(1982), 디스커버리(1983), 애틀란티스(1985), 엔데버(1991)호와 함께 번걸아 우주비행을 해왔다. 컬럼비아호는 처음 건조된 이후 탄소 브레이크, 조종장치, 열보호시스템 등을포함해 무려 50차례나 개조돼 왔으며 마지막 개조작업은 1999년에 이뤄졌다. 과학자들은 지난해 7월 컬럼비아호의 초저온 수소연료를 주(主) 엔진으로 흐르게 하는 스테인리스 철강 덧쇠에서 3개의 균열을 발견했으며 비슷한 균열이 다른 우주선에서도 발견됐다. ▲ 승무원 및 임무 = 컬럼비아호에는 선장이며 전 우주비행사인 리크 허즈번드(45) 등 7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다른 승무원들은 전(前) 시험비행 조종사 윌리엄 매쿨(40)과 화물 책임자 마이클 앤더슨(42), 미 해군 군의관 데이비드 브라운(46), 인도 태생의 여류 우주비행사칼파나 촐라 (42), 미 해군 군의관으로 이번에 처음 우주비행을 하는 여류 우주비행사 로렐 클라크(41) 및 일란 라몬 이스라엘 공군 대령이다. 컬럼비아호에 탑승한 우주인 7명은 2개 팀으로 나뉘어 생물학, 의학, 자연과학,기술 등의 분야에서 연구를 실시했으며 대부분의 실험은 넓은 화물실안에 있는 `기압이 유지되는 실험실'에서 이뤄졌다. 실험 대상은 암 세포, 균(菌), 설치류 동물, 거미, 벌, 누에 등이며 우주인 자신들도 실험대상이 됐다. 특히 우주인들은 궤도에서 심리적인 변화를 측정하는 감지기를 부착하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번 실험에서 면역기능을 억누르고 골밀도를 낮추고 근육을 약화시키는 무중력 효과에 대처하는 방법도 실험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