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이라크 무기사찰단의 보고서제출에 이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이 예정된 28일 이라크전에반대하는 세계 각국의 여론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이날 ARD TV방송과 회견에서 사찰단의 보고서제출과 관련, "보고서의 핵심은 사찰단이 시간을 더 필요로 한다는 점"이라면서 사찰시한을 연장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 전쟁의 경제적 결과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이라크와의 전쟁을 피해야 한다는 종전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세계경제포럼 참석에 이어 프랑스를 방문 중인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브라질 대통령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후 기자회견에서 어떤국가도 "미친" 행위를 저지를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며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 반대입장을 밝히고, 사찰이 끝날 때까지 "신중하고 조용하게" 지켜볼 것을 촉구했다. 지난주 이미 전쟁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는 시라크 대통령도이라크 문제와 관련해 룰라 대통령과 자신의 생각은 "단순히 비슷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똑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시라크 대통령을 방문한 사우드 알-파이잘 사우디 외무장관도 회담 후이라크와 그 이웃 국가들에 미칠 수 있는 "엄청난 재난과 위기"를 피할 수 있기를바란다면서, 국제사회가 전쟁을 피하기 위한 모든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주간지 파리 마치가 30일자로 보도할 이라크전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프랑스 국민 5명 가운데 거의 4명에 달하는 79%가 미국이 이라크전 승인을 요구하는결의안을 상정했을 때 프랑스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2%는 거부권 행사에 반대했으며, 나머지 9%는 의견을 말하지 않았다. 이와 동시에 유럽연합(EU)은 이라크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기회의창"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추가 사찰 시한 등 구체적인 일정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현재 EU 순번제 의장국인 그리스의 요르요스 파판드레우 외무장관은 한스 블릭스 무기사찰단장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사찰 결과 보고서 제출과 관련해 EU 회원국외무장관 회담을 가진 후 "(사찰) 시한에 대해 임의로 판단하는 것은 우리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기회의 창이 있다. 그것을 이용하자"고 말했다. 알렉산드르 크바스니에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국빈 방문 중인 바츨라프 하벨체코 대통령과의 만찬 석상에서 미국은 자체 판단만으로 이라크를 공격해서는 안될것이라면서, 다자적인 접근을 통한 해결책을 주문했다. 터키 여당 정의발전당(AKP)의 레셉 타입 에르도간 당수는 이날 NTV 방송에서 터키는 이라크전이 발발했을 경우 이에 대한 지지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국제사회 여론의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며 이라크전에 대한 지지 결정을 보류했다. 카말 하라지 이란 외무장관은 인도 남부 도시 하이데라바드를 방문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무기사찰 보고서 제출과 관련, "외교적 해결책을 위해 더욱 많은 기회를열어주어야 하고, 이라크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수용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라크전을 피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파키스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라크 국민을 더욱 고통에 빠지게 하는것을 피하고 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는 것이 핵심적인 목적"이라며 유엔 사찰단이계속해서 사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계 지도적인 인사들도 이라크전 반대 여론에 동참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날 바티칸시티에서 가톨릭 세계 교회회의 및 동부의정교회 소속 종교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 세계 가톨릭교도들은 중동에서의 전쟁을피하기 위해 기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 노벨상 수상자 41명은 이날 부시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을 앞두고미국 의회에 배포한 서한에서 "국제적으로 광범위한 지지 없이 이라크에 대해 일방적으로 선제공격을 가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91년 걸프전 영웅 노먼 슈워츠코프는 이날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회견에서유엔 무기사찰단이 전쟁을 정당화할만큼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이라크전을 다시 일으키는 데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슈워츠코프는 "이라크를 공격하기 전에 `의심의 그림자를 넘어서야 한다'고 본다"면서 "사찰단의 활동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며 사찰단이 뭔가 결정적인 것을 잡아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거 유엔 이라크 무기사찰단장을 역임했던 리처드 버틀러는 미국이 이라크에대해 일방적인 군사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이중적인 기준을 갖고 있는데 대해 충격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5개 구호단체들도 이라크전이 발발하면 중동지역전체에 엄청난 불안이 초래될 것이라면서, 세계 지도자들이 이라크전을 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파리.베를린.브뤼셀 AP.AFP.dpa=연합뉴스)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