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유럽 정부들을 상대로 유럽연합(EU)의 기독교적 뿌리를 공식 인정토록 하기 위한 로비활동을 펴고 있다고 한 워싱턴 주재 EU고위관리가 23일 말했다. 교황과 바티칸 외교관들은 최근 EU관리들과 만난 자리에서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유럽의 미래를 위한 회의’가 마련 중인 EU 헌법의 서문에 EU의 기독교 신앙을 확인하는 강력한 문구가 포함되기를 바란다는 의사를표명했다고 이 관리는 밝혔다. 바티칸은 특히 ‘유럽의 미래를 위한 회의’참석 100여 유럽의회 의원들 중 가톨릭 신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그같은 희망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바티칸측은 유럽의 문화형성에 있어 기독교가 맡았던 기본적 역할이 미래의 확대 EU 헌법에서 인정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같은 교황의 노력이 터키의 가입자격을 둘러싼 EU내 논란을더욱 복잡하게만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터키는 공식적으로는 세속국가이지만원래 이슬람 국가라는 뿌리가 요즘 강력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11월 총선에서도 이슬람에 기반을 뒀던 이슬람 정의발전당’이 승리한 바 있다. 그러나 터키의 EU 가입문제와 관련하여 EU회원국들 가운데 일부가 제기해온 반대는 이슬람 뿌리 문제보다는 터키가 유럽국가가 아니라는 인식에 더 기반을 둔 것이다. 유럽 소식통들은 헌법 상의 신앙 표현 구절 삽입과 관련해 터키 문제가 2차적인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까닭은 현재의 15개 EU회원국들 가운데, 그리고내년에 가입할 예정인 새로운 10개 회원국들 가운데 자국 헌법상 종교에 관한 문구가 포함돼 있는 나라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정교회 국가이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는 최근 EU의 압력으로 자국 여권상에 소지자의 종교란을 삭제했다. 성공회를 국교로 공식 인정하고 있는 영국에선 국왕이 교회의 수장(首長)으로 되어있다. (워싱턴 UPI=연합뉴스) hc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