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까지 미국인들의 입에 가장 자주 오르내릴 지명은 '이라크'가 아니다. 핵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북한'도 아니다. 정답은 캘리포니아주 남단 도시인 '샌디에이고'.사상 최대의 쇼라는 프로풋볼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Super Bowl)이 여기서 열리기 때문이다. NFL은 미국 최대의 스포츠 비즈니스.지난해 연 매출이 48억달러로 프로야구(MLB) 35억달러,프로농구(NBA) 30억달러를 훨씬 웃돈다. 게다가 단판 승부로 끝나는 결승전에 대한 열기는 보통이 아니다. 지난 주말 결승진출이 확정된 레이더스와 부캐니어스의 연고지인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와 플로리다 탐파 베이는 도시전체가 연일 광란의 축제를 벌일 정도다. 스포츠 관점에서 보면 슈퍼볼은 지난 시즌 프로풋볼의 최종 승자를 가리는 마지막 이벤트다. 하지만 광고계의 시각은 정반대다. 2천5백억달러에 달하는 광고산업은 물론 미국 경제 전반의 올해 기상도를 보여주는 새해 첫 이벤트로 여긴다. 매년 슈퍼볼 게임중계 중 방영되는 광고의 양과 질이 한해 경제전망을 가능케 하는 가늠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올 슈퍼볼을 중계하는 ABC는 광고 가격을 30초당 2백만∼2백20만달러로 책정했다. 지난해의 평균 1백90만달러보다 10∼15% 오른 수준이다.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61개의 광고타임이 거의 팔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들이 올해 경기를 '비교적 맑음'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업종별 기업별로는 명암이 엇갈린다. 밀러맥주가 5분30초를 샀고,GM의 캐딜락도 90초의 블록광고를 매입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예고하고 있다. 리복이 나이키를 제치고 메인광고로 끼어드는 등 스포츠의류시장의 혈투가 예상되기도 한다. 지난해 어렵게 광고를 낸 백악관 마약통제정책청이 '엄청난 효과를 봤다'며 올해 다시 광고를 샀지만,오랜 광고주였던 맥도날드 코카콜라는 광고주 명단에서 사라졌다. 이날 선보일 새 광고들의 특징은 '유머'.경기침체 이라크전쟁 위기 등 사회전반의 어두운 분위기를 웃음으로 떨쳐내자는 뜻이라는 게 광고업계의 분석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