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한때 새로운 사업모델로 주목을 끌었던 방카슈랑스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

방카슈랑스는 은행(bank)과 보험(assurance)의 합성어로,두 업종이 결합한 형태의 금융회사를 말한다.

방카슈랑스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형태로 분류되는데 은행과 보험사가 합병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와 보험사가 은행과 제휴,은행지점을 통해 보험상품을 파는 형태가 있다.

방카슈랑스는 보험모집인에 의해 보험상품을 팔고있지 않은 벨기에 스페인 등 일부 유럽 지역에서 급속히 퍼졌다.

특히 스페인에서는 생명보험 상품 가운데 80% 정도가,프랑스에선 생보 상품 중 67%가 은행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방카슈랑스인 포르티스의 안톤 반 로숨 최고경영자(CEO)는 "한 기업이 은행과 보험사를 동시에 경영할 수 있다는 것은 회사로선 행복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은행과 보험 중 한 부문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다른 부문에서는 이익을 냄으로써 이를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5년 동안 세계 금융계에서는 유럽을 중심으로 은행과 보험간의 '짝짓기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은 1997년 스위스 2대 보험사인 윈테르투르를 88억달러에 인수했다.

2000년에는 네덜란드 최대 은행인 ING가 미국 건강보험사인 렐리아스타를 합병했다.

이는 유럽의 금융사가 대서양을 넘어 최초로 미국계 보험사의 자산을 인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2001년에는 독일의 보험회사인 알리안츠가 자국 2위 은행인 드레스너방크를 사들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방카슈랑스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

CSFB 알리안츠 등의 방카슈랑스들이 합병 이전보다 수익이 오히려 저조하거나 적자를 낸 것으로 전해지면서부터다.

여기에는 세계경제의 불황과 금융시장의 침체가 한 몫을 했지만 방카슈랑스가 보편적인 기업모델로 자리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은행과 보험은 위험(risk)을 대하는 태도에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코메르츠방크의 앤드루 구드윈 애널리스트는 "보험사는 은행과 달리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위험을 감수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사업 성격이 전혀 다르다 보니 비용 절감효과도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최대 보험사인 악사(AXA)의 헨리 드 카스트리에스 CEO도 "은행의 입장에서는 당장 수익이 크게 나지 않는 보험 상품을 경시할 수도 있다"며 방카슈랑스의 실효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했다.

그는 "방카슈랑스를 굳이 고집한다면 양사의 합병보다는 전략적 제휴 정도가 낫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은행과 보험사가 각자 본연의 사업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회계회사인 딜로이트투시토머츠(DTT)의 루이스 조던 분석가는 "앞으로 유럽의 은행과 보험사들은 각자의 길을 갈 것"이라며 "비핵심 사업부를 정리하거나 재조정하는 은행과 보험사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로 세계 최대 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은 보험 사업부인 트래블러스를 지난해 분사했다.

취리히파이낸셜서비스와 코메르츠방크 로스차일드 등도 각 사의 자산운영회사를 매각했다.

방카슈랑스의 쇠퇴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평범한 교훈을 되새기게 하는 것이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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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6일자)에 실린 'Bancassurance:Back to basics?'를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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