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시 중심가를 흐르는 애버뉴가(街) 선상에 한국총영사관이 있다. 큰 빌딩숲 사이의 아담하고 고즈넉한 이 건물에 들어가면 1층 안내창구 옆에 흥미있는 대형 포스터가 눈에 띈다. '오늘도 고국에서 고생하시는 부모형제를 생각합시다'로 시작되는 이 포스터는 총영사관에서 유학생들에게 보내는 '당부의 말씀'이다. 포스터는 총영사관에만 있는 게 아니다. 토론토시내 최대 한인타운인 블로어 스트리트 등 한인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선 쉽게 발견된다. 식당 등 웬만한 한인업소 입구에 대부분 붙어있기 때문이다. 총영사관측은 "지난 연말 몇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등 각종 사고가 많아져 유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방안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토론토는 캐나다에서 한인교포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도시.전체 캐나다 교포 15만명 중 절반 이상인 10만명 가량이 살고 있다. 물론 유학생 숫자도 가장 많다. 4만명을 넘는 캐나다 유학생 중 2만5천명 이상이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포스터'속의 당부말씀은 거꾸로 유학생들 사이에 '안전사고'등 적지 않은 문제점이 야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극히 일부 현상이긴 하지만 조기 유학생을 따라 나온 이른 바 '기러기엄마'들의 탈선에 대한 수군거림도 현지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다. 14일은 한국과 캐나다가 수교를 맺은 지 꼭 40주년 되는 날이다. 캐나다 교민들은 짧은 이민 역사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되는 등 '가장 모범적인 이민'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인사회의 중심인 '실업인협회'는 현지 경제계에서도 무시 못하는 '큰손'으로 성장했다. 수도 오타와에서는 이날 두 나라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수교기념 만찬과 문화공연이 열린다. 두 나라 관계를 한 차원 더 높이기 위해 한복패션쇼 등 많은 기념행사가 기획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한국 유학생들을 크게 환영한다. 직접이민보다 '유학→취업→정착'을 선호하는 정책에 부합하는 까닭이다. 앞으로 더욱 늘어날 한국 유학생들에게 캐나다 정부에서조차 '당부의 말씀'을 보내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토론토=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