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위성에 관한 비밀정보를 이라크 등에 제공하는 대가로 거액을 요구했던 미국의 퇴역 공군 상사가 재판에 회부돼 최악의 경우 사형선고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간첩사건으로서는 드물게 공개재판에 회부된 이 사건은 피고인이 유죄평결을 받을 경우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데 이는 1953년 소련에 핵폭탄에 관한 기밀을 제공한 혐의로 줄리어스 로젠버그와 그의 아내 에텔이 사형에 처해진 데 이어 50년 만에 처음 있게 되는 일이다. 브라이언 패트릭 리건은 2000년 8월 군에서 퇴역한 뒤 국방부 산하 위성정보 분석 기관인 국립정찰국(NR0)에 근무했으나 1년 후 스위스 취리히로 가는 비행기에 타려다 덜레스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여러 달 동안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한 결과였다. FBI는 그가 이라크 북부 비행금지구역과 중국내 미사일 발사장치의 이미지를 구성한 암호가 담긴 공책을 갖고 있었으며 그의 신발 속에서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주재 이라크, 중국, 리비아 대사관들의 위치를 표시한 주소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그의 집 컴퓨터에서 FBI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초안을 발견했는데 이 편지는 이라크가 방공 미사일을 감출 수 있도록 미국의 위성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스위스 화폐로 1천300만달러를 요구하는 내용을담고 있었다. 그는 이 편지에서 "내 목숨과 가족의 장래가 달린 일에 걸맞는 대가를 받아야겠다"고 주장하면서 영화배우들과 운동선수들은 더 많은 돈을 받는다고 불평하기까지했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네 자녀를 둔 리건은 붙잡힐 당시 최소한 5만3천달러의 빚을 지고 있었으며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그의 신용카드 및 은행거래 기록을 공개할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측은 리건이 실제로 상대국들에 정보를 전달했다거나 이같은 행위의 결과로 누군가가 목숨을 잃었다는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그에게 사형선고까지 내리려고 벼르고 있는 데는 대이라크전을 둘러싼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간첩사건이 민간 법정에서 심리된 일은 드물었고 거의 모든 사건이 피고인과의 유죄시인 협상으로 마무리됐다. 이는 간첩행위의 직접적인 결과로 미국측 요원들이 목숨을 잃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는데 이유는 재판을 공개할 경우 정부측이 민감한 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이로 인해 다른 간첩들이 들키거나 붙잡히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때로는 정부가 외국에 누출된 정보가 어떤 것인지 파악하기 위해 피고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도 협상의 이유였다. 이 때문에 정부측은 재판에서 비밀정보를 공개하느냐, 소송을 철회해야 하느냐 하는 선택을 피고측 변호인으로부터 강요받기도했다. 앞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던 중앙정보국(CIA) 요원 올드리치 에임스나 FBI 요원로버트 핸슨의 간첩행위는 이로 인해 해외에서 활동하던 미국측 첩보요원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었는데도 이 두 사람은 유죄시인 협상 결과 가석방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리건의 변호인들은 그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보내려던 편지는 "외국원수로부터 거액을 뜯어내려는 퇴역 군인의 허풍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그의 정신상태를 감정해 정상참작을 요구할 예정이다. 한편 재판부는 13일 퇴역 공군 브라이언 패트릭 리건에 대한 재판의 배심원단 구성에 착수,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변호인측 기도를 무산시켰다. (알렉산드리아 A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