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사태의 돌출과 유엔 사찰단의 이라크 대량파괴무기 증거 확보 실패, 이에 따른 동맹국들의 주저 등 여러 방해요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1월20일자)가 보도했다. 타임은 북핵사태의 파문이 확산되면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하게 됐고 유엔 사찰단이 이라크의 비협조를 비난하면서도 대량파괴무기 보유에 관한 결정적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밝힘에 따라맹방중의 맹방인 영국조차 이라크 전쟁을 주저하는 형편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일로 해서 전쟁이 연기되는 사태가 있을 지는 몰라도 이것이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며 이라크 이외 국가들의 행동이 어떻든 이라크 문제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대처가 전쟁 이외의 방식으로 마무리 될 것 같지는 않다고이 잡지는 분석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되도록이면 전쟁을 피하고 싶다"거나 "유엔 사찰단에 충분한 활동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타임과 인터뷰한 백악관 관리들은 이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리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백악관 관리는 "사담(후세인 대통령)이 인격을 이식받는다면 전쟁을 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고위 관리는 "부시 대통령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전쟁을 하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사담을 무장해제하겠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했다"면서 "문제는 사담은 사담일 뿐이며 결코 갑자기 변하거나 협조할 인물이 아니라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쟁에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라크 북부지역 침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미군의 터키 군사기지 사용에 대해 터키 정부가 주저하는 입장인데다 2월9일부터 14일까지는 이슬람교도들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를 찾는 `하지' 성지순례가 진행돼 전쟁을 벌이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동맹국들과 국제사회에 전쟁의 명분을 납득시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미국은 앞으로 본격 진행될 대량파괴무기 개발에 관여한 이라크 과학자들에 대한 유엔 사찰단의 신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우리는 이라크에서 무슨일이 벌어졌는지를 알지는 못하지만 누가 그일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는 유엔 사찰단에 과학자 500명의 명단을 제출했지만 사찰단은 과거 이라크 핵개발에 관여한 것으로 자신들이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만 해도 최소한 2천명에이른다면서 이라크의 협조자세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미국도 자체적으로 신문대상 이라크 과학자들의 명단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무기사찰 책임자인 한스 블릭스 유엔 감시ㆍ검증ㆍ사찰위원회(UNMOVIC) 위원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타임은 밝혔다. 국방부의 한 관리는 "이라크가 과학자들의 신문에 협조하면 이는 이라크 무장해제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은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게 되며 거부한다면 부시 대통령은 전쟁에 돌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전쟁을 피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후세인 대통령의 망명과 이라크의 쿠데타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실현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타임은 예상했다. 타임은 또 핵심 동맹국들이 전쟁참여를 주저하거나 이라크 사찰이 한없이 길어져 국제사회의 전쟁지지 열기가 크게 시들해진다면 미국은 일방적인 행동도 불사할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쟁을 피하기 위한 막판 외교노력에 관해 온갖 소문들이 나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육지와 바다에서 대규모 병력과 군장비를 이동시키고 있는 것이 전쟁가능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