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히틀러의 나치시절 무적의 대명사였던 서부 방어벽 `지그프리트 선'에 남아있는 1만여개의 철근 콘크리트 벙커중 6개에 대한철거가 시작했다. 독일 정부는 프랑트푸르트 남서쪽 168㎞ 지점의 프랑스와의 국경마을 라이나우에 있는 벙커 6개에 대해 올 겨울내에 철거를 끝낼 계획아래 10일 중장비를 동원,작업에 들어갔다. 정부가 역사적 유물로 보존해야 한다는 국내 일부 사학계와 2차대전 참전용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철거에 들어간 1차 이유는 라이나우 마을 당국이 이 벙커들이주민들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며 철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벙커들이 신 나치주의자들의 집합장소가 될지도 모른다는 정부의 우려도 작용했다. 이에 대해 역사학계 일각에선 2차대전의 유물인 벙커를 철거한다고 해서 사실(史實)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보존을 주장하고 있다. 또 2차대전 참전용사들은 벙커 제거는 당시 수십만명의 전사자에 대한 결례라고불평하고 있고, 환경론자들도 벙커가 박쥐와 설치류의 보금자리가 됐다며 철거 반대대열에 합류했다. 스위스 바젤 국경부근에서 독일 북부 클레베까지 총 1500㎞길이의 지그프리트선은 히틀러가 프랑스의 마지노선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50만명의 근로자를 동원하고 당시 독일 국내 건축자재 20%를 들여 건설했다. 서부 방어벽의 2만여개 벙커중 절반가량은 연합군에 의해 지난 1944∼1945년 돌파된 이래 이미 파괴됐고, 연방 정부는 매년 100∼200개의 벙커를 철거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벙커중 수백개는 역사적인 기념물로 지정, 3천670만달러의 예산을 들여 보존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AP=연합뉴스)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