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9일 오후(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 브누코보 공항에 도착, 3박 4일의 러시아 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1988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 이후 일본 정상으로는 5년만에 러시아를 찾는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오후 3시께 공항에 내려 러시아 관리들의 영접을 받은 뒤 곧바로 시내로 향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오후 7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함께 볼쇼이 극장을 방문, 발레 `호두깎이 인형'을 관람한 뒤 숙소인 크렘린궁 영빈관에서 하룻밤을 보낼 예정이다. 그는 이어 10일 오전 러시아 사상 최대 인질극 사건의 배경이 됐던 `돔 꿀뜨르이(문화의 집)' 극장과 무명 용사의 묘에 헌화한 뒤 정오께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양국 정상은 2시간여 동안 진행될 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와 이라크 사태를 포함한 국제 현안과 북방 4개섬 문제 등 양국 현안을 중점 조율, 양국간의 `행동 계획(액션 플랜)'을 채택할 계획이다. 두 정상은 특히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즉각 포기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공동 선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력과 한국, 미국, 중국과의 연대 필요성'을 강조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또 동북아시아 지역 안정 보장을 위해 남북한과 러시아, 일본,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6자 회담' 신설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정상은 이밖에 러-일 평화조약 체결 문제도 논의할 계획이지만, 일본이 '북방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조약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11일 오전 모스크바 시내 돈스코예 공동묘지내 일본인 묘지를 참배하고 쿠르차토프 핵연구소를 돌아본 뒤 최종 목적지인 극동 하바로프스크로 떠날 예정이다. 그는 12일 하바로프스크에서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극동 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리인 등과 회담한 뒤 귀국길에 오를 계획이지만, 일부에서 제기된 북한 당국자 면담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