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과 축복의 성탄절을 맞은 25일 세계 곳곳에서는 폭탄 폭발 사건으로 수십명이 죽거나 다치는 등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전쟁에 반대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세계에 알렸지만 이라크 전쟁의 암운은 점점 두터워지고 있다. 0...성탄절을 맞아 예정대로 이스라엘군이 베들레헴에서 철수했지만 분위기는고조되지 못했다.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 거주 팔레스타인인들 가운데 특별 보안허가를 받은 기독교인들과 외국인 순례객 등 일부에게만 베들레헴 방문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베들레헴시 당국은 이스라엘군의 조치에 항의하는 뜻에서 예수탄생교회 건너편`구유광장'의 크리스마스 트리에 점등과 장식을 하지 않아 썰렁함이 더했다. 1994년이후 성탄절 미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아무런 장식도 없는 상태가 된 오늘의 베들레헴은 최근의 긴장상태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결국 예수탄생교회에서 열린 미사는 일부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의 주도로 진행됐다. 1995년부터 이 미사에 참석해온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로마 가톨릭 성직자중 이날 미사에 참석한 최고위직인 미첼 사바 대주교는 미사참석자들에게 유혈참사와 곤경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설교했다. 0...성탄절을 맞아 전세계 교회는 수난의 대상이 됐다. 파키스탄 동부 라호르에서는 기독교 교회에 괴한들이 수류탄을 투척해 3명이 숨지고 최소 10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경찰이 발표했다. 파키스탄 경찰은 또 25일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성(聖)도마 교회를 상대로 한 공격 계획을 사전에 적발, 교회 부근에서 수류탄과 탄약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교회는 파키스탄 기독교도 뿐 아니라 서방인들이 모이는 곳이다. 인도 동부 말리아토카 마을의 한 교회에 24일 밤 무장괴한이 침입, 귀중품을 강탈한 뒤 폭탄을 터뜨려 6명이 다쳤다. 경찰에 따르면 수 명의 괴한들은 이날 캘커타 북동쪽 말리아토카 마을의 성당에 들어와 신부에게 귀중품을 내 놓으라고 요구한 뒤 폭탄을 터뜨리고 도망갔다. 당시 성당 안에는 수백 명의 신도들이 모여 있었으며 폭탄 폭발로 6명이 부상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250㎏에 달하는 폭발 물질을 자카르타에서 북동쪽으로 1천500㎞ 떨어진 중앙술라웨시주 주도 팔루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0월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발리 폭탄테러에 사용됐던 폭발물보다도 많은 양이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성탄절을 축하하는 기독교인들을 겨냥한 테러를 막기 위해 자카르타 시내 교회 주변에 수 천 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유고슬라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서는 30여명의 과격파 세르비아인들이 세르비아 정교회에서 열리고 있는 성탄미사에 참석하려는 수십명의 교인들을 가로막았다.세르비아 정교회의 성탄절은 1월7일이다. 0...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5일 전 세계에 보내는 성탄 메시지에서 중동의 불길한 전운을 모든 사람들의 노력으로 소멸시키자고 호소했다. 교황은 이날 아침 흐리고 이슬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과 순례자 수 천명이 운집한 성 베드로 광장에 나와 세계와 모든 도시에 보낸다는 뜻의 라틴어인 `우르비 에 오르비'메시지를 낭독했다. 교황은 무개차에 타고 성 베드로 광장을 한 바퀴 돈 뒤 광장 중앙계단 차양 아래 의자에 앉아 "테러리즘의 비극적 현실이 불확실성과 공포를 낳고 있지만 불신과의심, 낙담에 굴하지 말라는 세계를 향한 절박한 호소가 오늘 베들레헴의 동굴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0...이라크 공격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군들도 이날은 성탄축하에 나섰다.쿠웨이트 사막의 미군들은 모처럼 축구도 하고 칠면조 요리도 먹어보는 등 한가한시간을 보냈다. 또 유명한 방송사회자인 데이비드 레터맨은 아프가니스탄 남부사막지역을 찾아 미군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사령부가 있는 바그람 공군기지에서도 미군 장병들이 칠면조 고기와 사과파이와 알코올없는 음료 등을 들며 성탄축제를 벌였다. 축제에는 헌병밴드와 함께 한 산타 클로스가 짚차를 타고 등장해 병사들에게 사탕과 초콜릿을 나눠주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이 "무의미하고 지겨운 테러공격"을 종식해야 한다는 성탄메시지를 밝혔다. 아울러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을 위한 보호와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호소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왕위 계승 50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성공과 모후와 자매의 죽음을 애도했다. 앞서 왕실이 교회로 이동하는 동안 한 미국 여성이 윌리엄 왕손에 달려들어 포옹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했다. 0...미국 중동부에 25일 새벽 강한 눈보라가 몰아쳐 14이 사망했다고 현지 방송들이 보도했다. 특히 일부 지역에는 폭설로 30㎝ 안팎의 눈이 쌓이면서 도로가 막혀 성탄절 휴가 나들이에 나선 수 백만 명이 큰 불편을 겪었다. 현지 기상청은 남서부 뉴멕시코주 사막 지역과 북동부 뉴욕주 사이 텍사스주에서 길게 뻗어나온 지역에 눈보라 피해가 크다고 밝혔다. 그레이트 플레인스와 중서부 일부지역도 폭설로 도로 곳곳이 두절됐다. 방송들은 미주리주에서 6명, 오클라호마 4명, 캔자스주에서 3명, 뉴멕시코주에서 1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중서부 지역 일부 공항은 이착륙이 지연되고 있다. 기상청은 이날 하루 종일 눈보라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특히 북동부 지역에 피해가 우려된다고 예보했다. (런던.베들레헴.이슬라마바드.뉴욕 AFP.AP=연합뉴스)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