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5일 전 세계에 보내는 성탄메시지에서 중동의 불길한 전운을 모든 사람들의 노력으로 소멸시키자고 호소했다. 교황은 이날 아침 흐리고 이슬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과 순례자 수천명이 운집한 성 베드로 광장에 나와 세계와 모든 도시에 보낸다는 뜻의 라틴어인 `우르비 에 오르비' 메시지를 낭독했다. 교황은 무개차에 타고 성 베드로 광장을 한 바퀴 돈 뒤 광장 중앙계단 차양 아래 의자에 앉아 "오늘 테러리즘의 비극적 현실은 불확실성과 공포를 낳고 있지만 불신과 의심, 낙담에 굴하지 말라는 절박한 호소도 드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특정 국가를 지칭하지 않았지만 모든 종교에서 평화 건설자의 긴급한 요구가 있는 곳으로 두 지역을 꼽았다. 교황은 "팔레스타인에서 무분별하고 맹목적인 폭력의 악순환을 영원히 종식하고 중동에서 모든 사람의 노력으로 불길한 갈등의 연기를 소멸시키자"고 촉구했다. 교황의 메시지는 이라크 전쟁을 구체적으로 지칭하는 않았지만 최근 교황청 고위 관리들의 발언과 마찬가지로 반전 요구를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티칸 공식일간지 `오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이 날 `인간애는 전장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제목으로 반전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청은 이라크 전쟁이 이슬람 세계에서 반 기독교 십자군을 발호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지 우려하고 있다. 교황은 경제난과 정정 불안을 겪는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와 내전과 기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에도 민족의 평온을 저해하는 정치, 경제, 사회적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올 해 82세로 건강이 좋지 않은 교황은 성 바실리카 성당 미사를 직접 집전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어와 아랍어, 헤브루어 등 63개 언어로 성탄 소원을 낭독했다. 전통적으로 교황의 성탄 메시지 발표는 성 바실리카 성당 발코니에서 해 왔으나 올 해는 발코니 개보수 공사를 실시하는 바람에 성 베드로 광장에서 있었다. (바티칸시티 A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