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는 23일 자국 전투기가 남부 비행금지구역 상공에서 미군 정찰기를 격추했다고 확인하고 미국이 세계대전 규모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 이라크軍, 미 정찰기 격추 확인= 이라크 관영 INA통신은 군 대변인 발표를인용, 이라크 공군기와 대공포대가 이날 남부 비행금지구역에서 미국의 무인 정찰기를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군 대변인은 "하늘의 독수리들과 용맹스런 대공포대원들이 쿠웨이트 영공에서우리 영공을 침범하기 위해 날아온 미국의 프레데터 정찰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또 "미국의 정찰기가 피격 당시 이라크 남부지역 상공에서 예정된 정밀 정찰임무를 수행중이었다"고 말했다. 이라크측 확인에 앞서 미 중부사령부는 이라크 전투기가 이날 이라크 남부 비행금지구역에서 미국의 프레데터 정찰기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댄 게이지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이날 "초기 보고에 따르면 미군 정찰기가 이라크군 비행기에 의해 사격이 가해진 후 격추됐다"면서 피격된 정찰기는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라크 항공기는 1991년 걸프전 이후 미국과 영국 연합군에 의해 이라크 남부와북부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진입이 금지됐다. 미국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징후를 포착하기 위해 프레데터 정찰기를동원, 항공 정찰 활동을 강화해왔다. 미.영 정찰기는 최근들어 거의 매일 지상의 이라크 방공 시설과 충돌을 빚어왔으나 이번과 같은 공중전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역내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후세인, 대외 선전戰 강화 지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이라크의 재외공관장들에게 미국의 전쟁 야욕을 전세계에 폭로하도록 지시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이라크의 입장을 세계 여론에 설명하고 미 행정부의 악의를걸프지역에 폭로하도록" 지시했다고 국영 TV가 보도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외교부 연례회의 참석차 귀국한 공관장들에게 "팔레스타인 문제와 부당한 유엔 제재, 미-영-이스라엘의 침략계획 등 국제적 현안들과 아랍 세계에 대한 우리의 원칙 그리고 확고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도록"고 지시했다. 타레크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도 미국의 역내 군사력 증강배치는 "세계대전에 걸맞은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바그다드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연대회의에 참석, "이는 중동에서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전체 아랍국가를 겨냥해 세계대전 규모의 전쟁을 벌이기 위한 전략적 군사력 증강"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현재 걸프지역에 6만5천명의 병력을 집결하고 있으며 앞으로 5만명을 추가 파병할 계획이다. 이라크는 이에앞서 대량살상무기 개발 의혹을 벗기위해 미 중앙정보국(CIA)의사찰 참여를 허용하겠다고 제의했으나 미국에 의해 거부됐다. 한편 유엔사찰단은 핵개발 계획에 간여한 이라크 과학자들을 국외로 불러 조사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사찰단이 이라크 과학자들과 개별 접촉을 시작했으며 이라크를 떠나고 싶어하는 과학자들에 대한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CNN과의 회견에서 또 "우리는 현재 이라크 내에서 과학자들과 개별적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는 아주 새로운 시도"라고 말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