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외무부는 10일 유엔의 이라크 무기사찰을 빌미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정권을 축출하려는 미국측 의도를 경고하고 나섰다. 알렉산드르 야코벤코 외무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이라크의 대량 살상무기개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유엔 무기 사찰이 후세인 대통령 제거에 이용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야코벤코 대변인은 또 "유엔 헌장은 그같은 명령을 내릴 수 없다"면서 "무기 사찰을 빌미로 이라크 정권을 교체하려 한다면 유엔 권위가 그만큼 훼손될 것"이라고지적했다.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도 모스크바를 방문중인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AL) 사무총장과 회담 뒤 "유엔 무기 사찰단에 대한 `외부 압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미국측의 최근 움직임을 비판했다. 이바노프 장관은 "이라크 무기 사찰 결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의해서만 평가될 것"이라며 "사찰 이후의 구체적 행동 계획은 안보리 검토 이후 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의 계속되는 무기 사찰 결과에 대한 회의적 반응과 걸프 지역에 대한 군사력 증강 움직임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사 사무총장도 "러시아 입장에 공감한다"면서 "이라크에 대한 특정 국가의 일방적 무력 행사는 결코 허용돼서는 안되며, 평화적 방법으로 사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라크 정부는 앞서 지난 8일 1만2천쪽 분량의 방대한 대량 살상무기 보유 실태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했다. 이라크는 이번 보고서로 대량 살상무기 개발 의혹이 말끔히 씻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미국은 보고서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며 일방적 무력 행동 가능성을 거듭내비치고 있다. 미국과 중국, 프랑스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3국은 그동안 이라크에 대량 살상무기 개발 의혹을 스스로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무력 공격 계획에 반대해 왔다. 러시아는 지난 9일 이라크가 유엔에 무기 보유 실태 보고서를 제출한 데 환영의사를 표시하며, 이번 보고서가 특정 국가의 일방적 군사 행동을 위한 빌미로 이용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