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의 향방을가늠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라크 보고서' 검토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미국과 이라크는 10일 보고서 진위를 둘러싼 신경전을 계속했다. 특히 미국이 카타르에서 대이라크 전쟁을 가상한 훈련에 돌입, 이라크 공격을 위한 `정해진 수순'을 밟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측은 사찰보고서 검토와 함께 사찰단 2진을 이라크에 합류케 하는 등 사찰활동을 대폭 증강했다. △이라크 보고서 진위논란= 미국은 이라크가 유엔에 제출한 대량살상무기(WMD)실태보고서를 계속 무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이 "이라크가 WMD를 개발하고 있다는 확고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힌데 대해 이라크 당국은 물론 유엔사찰단 등도증거를 제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 밥 그레이엄 상원 정보위원장이 "이라크 무기 프로그램에 대해 강력한증거라고 생각되는 것을 확보하고 있다"고 거들고 나섰고, 톰 대슐 민주당 상원지도자는 "후세인이 다시 한번 이런 모든 주장을 부인하려 한다면 우리는 최상의 증거들을 내놓아야 한다"며 정보공개를 촉구했다. 한마디로 미국정부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처럼 명확한 증거를 내놓을 것을 주장하는 안팎의 요구에 직면한 것이다. 현재까지 `미국의 정보'에 대해서는 정확한 분석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이라크가 WMD 제작과 직결되는 물자를 구입한 증거나 망명자들의 진술 등을 확보하지않았는가 하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이라크의 무기개발총책이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과학 담당 보좌관인 아메르 알-사아디 장군이 바그다드에서 이라크가 1991년핵무기 개발에 근접하긴 했지만 최종 조립 및 시험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고 말했다고9일 보도했다. 알-사아디 장군의 시인은 이라크 관리로서는 처음있는 일로 만일 핵무기가 결합에 성공했다면 이는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규모의 핵무기를 이라크가 보유하게 되는 셈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알-사아디 장군은 "우리는 폭탄을 결합할 최종단계에 도달하지 않았다. 또 시험하지도 않았다"면서 "만일 우리가 제출한 보고서대로 할 경우 폭탄제조가 성공하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이라크는 2천81쪽에 달하는 핵무기 개발관련 보고서를 국제원자력기구(IAEA)측에 전달했다. 알 사아디는 보고서에는 핵폭탄 폭발장치 개발과 "폭발장치의 결합할최종단계"와 관련된 것들이 포함돼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영국정부는 이라크가 무기를 제조할 수있는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기위해 "가스 원심분리기"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었다. 이는 1945년 나가사키에 투하된 것과 같은 위력을 지닌 핵폭탄을 제조하기 위한 것이라는게 영국측 주장이었다. 알-사아디 장군은 또 이라크가 생물무기(BW) 개발과 관련해 이전에 시인한 것에더 보탤 것이 없다면서 이라크가 제출한 보고서가 "정확하고 완전하며 진실한 것"이라고 선언했다. 알-사아디 장군은 "생물무기에 대해서는 1991년 이후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힌다. 그는 유엔사찰단이 도착하기 전 생물무기와 관련된 시설이 완전히제거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이라크 주장을 일축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지가 보고서 진위 논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특히 유엔으로부터 이라크 보고서 원본을 전달받은 미국이 보고서 검토과정에서 자신들이 확보한 정보와 다른 내용을 찾아낼 경우 이라크 공격을 개시할 명분으로 `정보의 공개'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는것으로 보인다. △유엔, 이라크보고서 본격 검토 = 유엔은 이라크가 제출한 WMD 보고서에 대한 정밀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빈의 IAEA(핵)와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생화학 무기분야)가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이와함께 유엔 안보리는 당초 계획을 변경,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중국과 영국 등 5개 상임이사국에 한해 이라크 WMD 보고서 접근을 허용키로 하고 1만2천쪽의 보고서 사본을 5개국에 전달했다. UNMOVIC 한스 블릭스 단장은 전문요원을 확보한 상임이사국에 복사본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10개 비상임이사국에는 보고서가 전달되지 않았다. 미국은 이미 보고서를 제공받아 정밀작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중앙정보국(CIA)와 국가연구소 요원들을 대기시켜놓았다. 현재 유엔의 분석작업은 1차적으로 열흘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자크보테 IAEA 사찰단장은 보고서를 분석할 유엔 실무팀에 의한 예비검토는 10일내에 가능하며 유엔 안보리에 제출할 최종보고서는 내년 1월27일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만2천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를 번역하는데만도 상당한 기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9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이라크의 WMD 보유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데는 1년이 소요될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인내를 촉구했다. 그는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우리의 결론은 매우 중요하다.그래서 우리는 어떤 결론을 내리기 전에 가능한 많은 정보와 사실 들에 기초해야 한다는 양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사찰 활동 강화 = 유엔 사찰단은 지난 4일에 이어 8일 바그다드 남동쪽 25㎞ 지점의 알-투와이타 핵시설 단지와 생.화학 무기 제조 혐의가 있는 바그다드 북쪽의 알- 팔루자 단지를 다시 방문했다. 지난달 입국한 1진 17명에 이어 25명으로 구성된 사찰단 2진은 이라크 과학자들이 핵.생화학 무기 제조를 위한 지역들의 연구소에 다시 오지 않았음을 입증하는데 주력한다. 히로 우에키 사찰단 대변인은 "새로 도착한 사찰단 2진은 이미 사찰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찰단 2진은 IAEA 소속 전문가 21명과 UNMOVIC 소속 4명으로구성돼있다. △미군, 전쟁 가상훈련 돌입= 이라크 보고서 검토작업이 진행중인 가운데 미군은 대이라크 전쟁에 대비해 9일 걸프지역의 소국 카타르에서 최첨단 이동지휘소의운용능력을 점검하는데 주안점을 둔 컴퓨터 가상훈련에 돌입했다. 토미 프랭크스 미 중부사령관의 지휘로 미국과 영국군 작전참모 약 1천명이 참여하는 `인터널 룩(Internal Look)' 제2단계 훈련이 카타르 수도 도하 남쪽 아스-사일리라 기지에서 시작됐다. 프랭크스 사령관은 미국 플로리다 탬파의 중부사령부에서 공수해온 이동지휘소에서 50여명의 정보.작전 핵심참모들과 함께 훈련을 지휘했다. 앞으로 7-10일간 진행될 훈련에는 중부사령부 고위 참모 600-700명과 300-400명의 영국군 관계자들, 전세계에 배치된 미군 수천명이 직간접적으로 참가한다. 다만지상군 병력은 훈련에 참여하지 않는다. 인터널 룩 훈련은 1990년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군을 몰아내기 위해 처음 도입한 후 이번이 4번째이다. 또 11일에는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훈련을 참관하기 위해 카타르를 방문하며 이어 지부티와 사우디 아라비아, 쿠웨이트를 순방해 전쟁 발발시 긴밀한 협력을 요청할 것이라고 카타르 언론들이 전했다. 한편 이라크 의회는 미국의 공세에 맞서 아랍인들에 대해 쿠웨이트내 미군에 대한 `순교'를 촉구했다고 이라크 관영 INA통신이 전했다. (빈.워싱턴.바그다드.유엔본부 AP.AFP.d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