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금식월(禁食月)인 라마단이 4일 밤 공식 종료됨으로써 전세계 이슬람 교도들은 5일 새벽부터 사흘간의 `이드 알-피트르(금식 종료절)' 축제에 들어갔다. 기도인도자가 첨탑에 올라가 처음 뜨는 초승달을 발견하면 선포하게 돼 있는 라마단 종료시점은 지역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아랍권의 경우 대부분 라마단 시작 29일만인 4일 밤 선포됐으며 이에 따라 이슬람 교도들은 미국의 대(對)이라크 전쟁위협도 잠시 잊은 채 온 가족이 새 옷을 입고 풍성한 음식과 춤과 노래, 불꽃놀이등으로 축제를 즐겼다. 이란과 모로코 등 일부 국가들은 6일부터 이드 알-피트르에 들어간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티그리스 강변 놀이공원은 축제가 시작되자마자 전자오르간과 드럼에 맞춰 춤을 추는 청소년들로 떠들썩했으며 공원측은 사흘동안 25만명의 입장객을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년만에 무기사찰을 재개한 유엔 사찰단 요원들도 축제기간에는 활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부국 쿠웨이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카이로나 두바이, 베이루트 등 유명 관광지를 찾아 나섰고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는 수십만명의 인파가 나일강변에 몰려 뱃놀이와 산책을 즐겼으며 걸프 지역 미용실들은 붉은 전통물감 헤나로 손을 장식하려는 여성들로 붐볐다. 팔레스타인 거주지인 가자지구에서도 명절 빔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거리를 메우고 전쟁의 시름을 잠시 접어두었으며 공동묘지에는 지난 26개월간의 인티파다(봉기)중 이스라엘군에 희생된 가족, 친지들의 명복을 비는 인파가 줄을 이었다. 예멘과 모로코, 알제리에서는 이드 알-피트르 특사로 많은 수감자들이 풀려났으며 서아프리카 모리셔스의 마위야 울드 타야 대통령은 연금액 15% 인상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축제 분위기와는 달리 일부 지역에서는 경계 태세가 고조되기도 했으며 방글라데시에서는 가족과 함께 귀향길에 올랐던 일가족 16명이 트럭 전복사고로 숨지는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테러전 지원으로 국민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는 파키스탄은 이드 알-피트르를 앞두고 카라치의 한 외교공관에서 폭탄공격이 발생하자 최대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타스넴 누라니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이드 알-피트르 연휴를 맞아 파키스탄 전역의 경계를 강화했으며 군과 준군사 병력이 최대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면서 특히 외국인과 외국인들의 작업장에 대한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고 말했다. 앞서 카라치 주재 마케도니아 명예 총영사의 사무실에서 강력한 폭발이 터졌으며, 이 사무실에서 손발이 묶여 있고 목이 잘린 채 숨져있는 파키스탄인 시신 3구가발견됐다. 카라치는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후 서방과 기독교 목표물들에 대한 공격이 빈발하고 있는 지역이다. 전쟁의 포화가 채 가시지 않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연휴를 앞두고 크고 작은 폭력사건이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다. 4일 수도 카불에서는 한 이슬람 사원에서 신도들이 이드 알-피트르 기도회를 갖기 불과 몇 시간전에 4kg의 폭발물이 발견됐으며, 탈레반의 거점이었던 남부 칸다하르에서도 축제와 관련된 논쟁으로 3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2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발리 폭탄테러를 추모하는 기도회로 축제를 시작했다. 방글라데시 당국은 경범죄로 수감된 595명을 석방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는 축제기간에 전통적인 '집 개방(open house)' 행사를 여는 것으로 유명하며 마하티르총리의 집도 6일 개방된다. 한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드 알-피트르를 맞아 대테러전 동맹국인 파키스탄의 자파룰라 자말리 총리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부시 대통령은 서한에서 파키스탄이 민주주의와 경제 번영을 향해 성공적으로 나아가길 기원했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도 쿠르시드 메무드 카수리 파키스탄 외무장관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대테러전에서 보여준 파키스탄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고 향후 양국의 우호관계 증진을 희망했다. youngnim@yna.co.kr (바그다드.카불.가자지구 AP.AFP=연합뉴스)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