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철 경제부총리는 지난 3일 201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을 위한 투표직전 한국기자들과 만나 "러시아 정부가 우리를 지지키로 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과 러시아 중 먼저 탈락하는 나라가 상대방을 밀기로 했다는 설명이었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멕시코와도 같은 합의를 봤다며 최종투표에서 멕시코의 지지표가 우리 쪽으로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결선투표 결과 1·2차에서 러시아와 멕시코를 지지했던 국가 중 한국에 표를 던진 나라는 없었다. 중국과 경합을 벌인 3차 투표에서 한국은 러시아 및 멕시코와 함께 경쟁을 벌였던 2차 투표때와 똑같은 24표만을 얻은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세계박람회 유치실패는 한국정부의 협상력 한계와 정보분석력 부족의 결과였음이 분명하다. 우선 우리 정부는 세계박람회기구(BIE) 회원국정부가 유치국을 결정하기 때문에 관련 위원들이 개최지를 정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과는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는 무지를 드러냈다. 한국정부는 BIE본부가 있는 프랑스에 태스크포스를 설치하고 현지 외교사절을 상대로 한 홍보에만 매달렸다. 물론 프랑스에 주재하는 회원국대사관의 입김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최종결정은 본국정부의 훈령에 따라 집행된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프랑스주재 한국대사관과 현대자동차에 의존해 왔다. 이는 중국이 지난 1년간 베이징주재 외국대사관 및 현지진출 외국기업을 활용,회원국을 대상으로 대정부 로비를 벌인 것과는 너무나 차이가 난다. 그 결과 프랑스유통업체 까르푸와 코카콜라 지멘스 등 외국기업들은 중국 지지를 확실하게 표명했다. 그나마 한국이 러시아를 큰 표차로 따돌리고 결선에 진출한 것은 민간기업의 표몰이 덕분이었다. 현대자동차 해외대리점의 외국인사장단은 투표지인 모나코까지 와서 소속국가 대표단을 상대로 마지막 득표활동을 벌였다. "한국정부가 혼자서 유치홍보를 폈더라면 폴란드나 멕시코처럼 1·2차 투표에서 10표도 못얻고 탈락했을 것"이라는 게 현지 취재기자들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모나코=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