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는 유엔이 별도 결의안을 통해 미국의 대(對)이라크 군사행동을 승인한다면 이라크 공격을 준비중인 미국에 군사기지사용을 허가하겠다고 3일 밝혔다. 야사르 야키스 외무장관은 이라크 문제와 관련, 터키의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앙카라를 방문한 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과 회동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터키는 전쟁을 반대하지만 전쟁이 일어난다면 중요한 동맹국이자 밀접한 관계를 맺어 온미국에게 공군기지와 군사시설 이용을 허가하는 등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야키스 장관은 그러나 미군이 병력 수 만명을 터키를 통해 이라크로 진입시키거나 여러 지역에 분산 주둔시키는 등 대규모 병력 운용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미 전략가들은 이라크 북부 공격을 위한 대규모 병력의 터키 통과 가능성을 밝힌 바 있다. 터키 좌파 일간 쿰후리예트는 앞서 미국이 터키에 ▲공군기지와 항구 사용 ▲약3만5천명의 병력 지원 ▲이라크 접경 지역인 남부 국경 일대에 미군 10만명 배치 허용 등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터키에 60억~70억달러에 달하는 군사채무를 탕감해 주는 대가로 1개 사단에 해당하는 1만7천~2만명의 병력 지원도 요청했다고 보도했으나 터키 외무부는 이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월포위츠 장관은 앞서 압둘라 굴 총리 예방 후 터키에 미군 주둔 허용을 요청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터키가 당면한 심각한 경제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강조한 뒤 "터키 경제 회생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도울 생각"이라고말해 기지 사용 협상 등이 원만히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160억달러 규모의 차관을 터키에 지원하는 한편 난관에 봉착한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성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록크웰 슈나벨 EU 주재 미 대사는 3일 회원국들에게 역내 안정을 위해 조속한 시일내에 터키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유럽의 미래에 대한 회의' 의장인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은 "터키가 EU에 가입하면 이는 'EU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강조, 파문을 일으켰다. EU는 체코와 헝가리 등 10개국에 대해서는 내달 중에 가입을 공식 초청할 예정이지만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아직 가입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며 터키에대해서는 협상 시작 일자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EU 순회 의장국인 덴마크의 페르 스티그 묄러 외무장관은 터키가 회원 가입 협상권을 따낸다해도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하려면 15-20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강조, 터키의 EU가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터키는 15개 회원국들에게 협상 가입일정을 잡아줄 것을 수 차례 요구해왔다. EU는 오는 12-13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체코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동구권 10개국에 대한 EU 가입을 확정지을 전망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코펜하겐 정상회담에서 조만간 터키에 가입 협상권을 주자는 내용을 공동으로 제안할 것이라고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3일 밝혔다. 한편 사우디 아라비아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시 미국에 대한 지원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황태자의 수석 외교 보좌관인 아델 알-주베이르는 "어떤 식으로든 아직 지원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때가 될 때까지, 또 모든 선택방안을 검토하기까지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알-주베이르 보좌관은 그러나 "유엔 회원국으로서 유엔의 어떤 결정에도 협력하겠다"면서 유엔 차원에서의 간접 지원안을 강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워싱턴.앙카라.브뤼셀 AP.AFP=연합뉴스)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