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7만명 규모로 아프간 정부군을 창설하는 한편 2004년 중반까지 선거를 실시하고 새 국가체제를 건설해 나가겠다고 2일 선언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탈레반 정권 축출 후 아프간 과도정부가 들어선지 약 1년 만인 이날 독일 본에서 31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아프간 재건 국제회의에서 이 같이 밝히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의 행정, 사법,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통제력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면서 정부군 창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아프간 치안을 유지 중인 국제평화유지군(ISAF)은 수도 카불에만 주둔하고있으며, 수도를 벗어나면 각 지역의 군벌들이 각기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부군에는 각 부족들이 고루 참여하게 되며 정부군 요원들은 미국, 영국, 일본,프랑스, 유엔 등의 지원을 받아 40여개 국에서 훈련을 받은 뒤 아프간에 배치돼 군벌들을 무장해제한다고 카르자이 대통령은 말했다. 데이빗 존슨 미국 대표는 아프간군 창설과 배치에 2년이 걸릴 것이라면서 훈련과 장비지급, 유지 등에 연간 3억5천만달러가 소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또 다양한 부족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아프간의 여건에 맞는 헌정체제를 연구해 내후년 중반까지 총선거를 실시해 공식 정부를 출범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아프간이 그 동안 독립 투쟁으로 15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50여만 명이 난민이 됐다면서 이제는 국제사회가 돕기 때문에 서로 싸우거나 주변국의 간섭을 받아도 세계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이란과 파키스탄, 중국,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등 아프간 인접국가들이 22일 카불에서 모여 상호내정 불간섭 등을 천명하는 지역협력 및 안보협정 체결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피셔 장관은 아프간의 경우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 급진 이슬람 테러조직의 배양터가 되거나 주변국 간의 이해관계로 분쟁이 일어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 같은지역협력 체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피셔 장관은 이어 독일은 ISAF 지휘권을 인수하는 내년에 아프간에 독일군을 더 파병하는 등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라크 브라히미 유엔 아프간 특사,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 외교안보 대표 등 각국 요인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해 국제사회가 약속했던 아프간 부흥자금의 구체적 지원 방안이 논의됐다. 한편 아프간 서부 헤라트주(州)에선 이스마일 칸 군벌사령관이 이끄는 병력과파슈툰족 군벌 아마눌라 칸 병사들 간의 전투가 이날까지 사흘 간 계속되며 10여명이 사망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