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포드 주니어 포드자동차 회장은 최근 뜻밖의 손님들을 맞았다. 루터회 등 개신교부터 가톨릭 그리스정교회 유대교 등 각 교단의 대표자들이 함께 찾아온 것. 좀처럼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종교계 대표자들의 '민원'은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등 공해를 많이 유발시키는 차량의 연료효율을 개선해 달라는 주문. "이들 차량이 뿜어내는 공해로 신의 창조물이 훼손되고 있다"며 연비개선의 목표 수준과 구체적인 시간표를 요구했다.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환경을 위한 종교연합'이란 단체는 구체적으로 '예수는 어떤 차를 타고 다녔을까(What would Jesus drive?)'라는 켐페인을 펼치고 있다. "걷거나 나귀를 타고 다녔던 예수가 지금 다시 온다면 연료절약형 자동차를 타고 다녔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동차 선택의 문제를 신앙과 도덕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 단체는 실제 '차량 통행이 많은 고속도로'와 '애처롭게 기도하는 예수'의 모습을 대비시키는 TV와 잡지광고 등을 통해 SUV 미니밴 픽업트럭 등 연료가 많이 드는 차량을 사지 말라고 홍보하고 있다. 모임의 대표자격인 집 볼 침례교 목사는 "예수의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은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것인데 이웃사람들의 폐를 공해로 꽉 차게 만들면서 어떻게 이웃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주장한다. 자동차업계에선 말도 안되는 '억지주장'이라고 공박한다. 미국자동차공업협회(AAA)의 대변인인 글로리아 버그키스트는 "만일 예수가 자동차를 사러 쇼룸에 온다면 SUV를 적극 고려할 것"이라며 "많은 사도들과 함께 토론하며 여행하려면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응수한다. 미국 자동차시장은 지난해부터 SUV 등 비승용차 부문의 판매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시작한 만큼 자동차업계로서는 난처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같은 논란 속에 미국 정부는 오는 2005년부터 SUV에 대한 연비 기준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해 자동차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SUV의 연비 논쟁이 당분간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 같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