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라크와 전쟁이 벌어질 경우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지난 걸프전 때와 마찬가지로 유전에 방화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으며 이에 관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7일 보도했다.

저널은 걸프전 당시 미군의 진격을 방해하고 미국과 쿠웨이트에 경제적, 환경적타격을 주기 위해 쿠웨이트 유전에 방화했던 후세인 대통령이 앞으로의 전쟁에서는 세계최대 규모인 이라크 유전들에 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그러나 매일 수많은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 유전의 특성상 미국의 최첨단 위성 정찰 기술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이라크 유전에 누군가가 폭발물을설치하는 것을 사전에 감지해 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따라서 걸프전 때의 경험을 동원해 유전 방화 사태가 발생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쿠웨이트 유전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험을 축적한 전세계의 진화 전문가들과 이 사건을 계기로 이 지역에 대거 투입된 장비들은 이라크에서 유사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쇠를 뚫을 정도의 강한 압력으로 물과 뒤섞인 모래를 발사해 화재를 진압하는 초고압 발사기 등 당시 개발된 장비들도 투입될 전망이다.

이밖에 쿠웨이트에서와 마찬가지로 송유관으로 바닷물을 빨아들여 화재진압에 동원하는 방법도 이라크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후세인 대통령이 파이프라인을 파괴할 경우 문제는 복잡해지지만 쿠웨이트에서도 소방관들이 미군의 오폭으로파괴된 파이프라인을 복구해가면서 진화작업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미국 관리들과 분석가들은 후세인 대통령이 미군의 유전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생물, 화학물질이나 핵물질을 살포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저널은 그러나 후세인 대통령이 쿠웨이트가 아닌 자신의 나라에서 유전에 방화하는 극단적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으며 그가 설사 이런 지시를 한다고 해도 자국 강토를 불바다로 만드는 일에 이라크인들이 선뜻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백악관과 국방부 관리들은 이라크의 유전방화 대책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중이며의회는 곧 국방부 관계자들을 불러 이에 관한 대책을 들을 예정이라고 저널은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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