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이라크 바그다드에 도착한유엔 무기사찰단 본진 1진이 준비작업을 마치고 27일 역사적인 무기사찰에 본격 착수한다. 거의 4년만에 재개되는 이번 무기사찰의 결과는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의개전여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찰단은 이라크 전역에 산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생물.화학.핵무기 관련시설과 대통령궁 및 그 주변시설, 기타 문서와 비밀공장 등을 샅샅이 뒤진다는 계획이다.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소속 무기사찰단본진 1진 17명을 이끌고 있는 그리스 출신 드미트리오스 페리코스는 26일 현장조사활동에 대한 설명에서 무엇보다도 사찰대상 시설의 `봉쇄'조치부터 취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찰현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할 일은 현장을 봉쇄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현장에 드나드는 차량이나 사람들을 원치않으며, 현장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길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사찰단은 사전에 사찰대상이 되는 시설에 대한 인공위성 사진자료를 통해 정보를 충분히 파악하기 때문에 시설로 통하는 통로를 차단할 차량 등 수단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12월 중순께 도착할 헬리콥터도 동원, 사찰시설을 상공에서 정찰비행하면서 시설주변을 통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1998년 중단된 사찰과정에서 이라크의 방해속에 사찰을 원활하게 하지못했던 이른바 `대통령궁' 문제와 관련, 그는 개선된 장비와 보다 강력한 유엔의 위임으로 이번에는 효과적으로 사찰활동을 전개할 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궁 문제는 유엔 결의 1441호에 포함돼있다"고 전제, "(대통령궁을)마지막에 남겨놓느냐, 처음으로 해야 할 문제이냐의 차원이 아니다"면서 "필요하거나 계획에 따라서 언제든 방문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기사찰단은 특히 보도진들의 동행취재를 금지시켰다. 미국은 본격적인 사찰착수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이라크의 적극적인 협조를 강조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사찰단이 이라크가 진정으로 무장해제됐는지를 파악하는 책임을 심각하게 인식하길 기대하며, 그들이 충분히 그러리라는 것을 알고있다"고 말했다고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전했다. 만일 이라크가 사찰단 활동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어떠한 인내도 적용되지 않는다(zero tolerance)는 정책을 견지할 것이며 사담 후세인은 그 의미를정확히 알게될 것"이라고 플라이셔 대변인은 설명했다. 사찰단 1진은 우선 1998년 사찰단이 철수하기 이전 7년여동안 중점적으로 조사했던 `과거의 의혹시설'부터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걸프전이후 시작된 당시 사찰활동에서 유엔 사찰단은 화학및 생물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대량 파괴했었다. 또 이라크의 핵개발 프로그램도 제거시켰다. 한스 블릭스 위원장은 이와 관련, 이라크가 무기들, 특히 화학무기를 보유하고있는 지 여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사찰단 1진은 이에 따라 지난 4년간 새로 조성되거나 개보수된 시설로 사찰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미 정보기관들이 화학무기 저장고로 지목한 시설도 물론 포함되며 특히 대통령궁과 그 주변시설 사찰이 민감한 장소다. 사찰단 규모는 현장조사에 나선 1진과 다음달 8일 2진 30여명이 도착한 뒤 연말 쯤에는 100명 선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번 사찰에 동원되는 총 인원은 IAEA와 UNMOVIC 소속 인원 등 총 300여명이다. 향후 수개월이 걸릴 사찰 현장조사를 지휘할 팀장 가운데 핵무기 감시를 맡은 IAEA팀의 자크 보테는 바그다드에서 "우리는 우리 어깨위에 얹어진 책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생물무기 분야를 집중 조사할 UN팀의 페리코스는 트럭으로 이동시킬 수있는생물무기 실험장비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 정보보고서에 따르면이라크는 생물무기를 제조하기 위한 이동생산시설 개발에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사찰단이 의혹이 가는 이라크 차량을 멈출 수있는 권리가 있음을 시사했으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더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아울러 지하시설에 대한사찰전략도 수립했다고 강조했다. 사찰단에 소속된 멜리사 플레밍 IAEA 대변인은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핵활동과관련된 징후에 대해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찰단은 활동결과를 내년 1월말에 첫 보고서에 담아 유엔 안보리에 보고한다.특히 이라크가 사찰활동에 충분히 협조했는지도 보고서에 포함된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본격적인 사찰착수에 앞서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의회견에서 이라크가 유엔 사찰단 활동에 협조한다면 전쟁은 피할 수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라크가 해야할 일을 한다면 전쟁을 지지하는 논쟁이 약화될 수있다. 하지만 후세인이 사찰단과 유엔에 맞선다면 안보리는 그 책임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에 대해 전쟁을 결정하는데 너무 서두르지 말 것을 촉구하기도했다. 아난 총장은 "유엔의 행동은 논란의 여지없는 토대위에서 결정돼야 하며, 그래야만 광범위한 지지를 획득할 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출신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이날 이집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엔 안보리가 1998년 이라크에서 철수한 유엔 무기사찰단(UNSCOM)을 해체하고 새로이 UNMOVIC를 구성한 것은 과거의 `남용'을 막지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UNMOVIC 사찰요원들은 유엔 민간 직원들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찰요원중 권한을 남용하는 사람은 즉각 해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라크는 UNSOM 일부 요원들이 이스라엘이나 미국을 위한 스파이 활동을 했다고 주장해논란을 일으켰다. (바그다드.파리.카이로 AP.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