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재 사우디 아라비아 대사 부인이 9.11 테러범들에게 간접적인 재정지원을 했을 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불거진 직후 이번에는 사우디 사업가들이 알 카에다를 지원했다는 보도가 나와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ABC 방송은 25일 사우디 아라비아의 저명한 사업가 10여명이 국제 계좌를통해 알 카에다에 재정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최소한 12명의 사우디 사업가들이 키프로스, 스위스, 말레이시아 등에 개설한 계좌를 통해 알 카에다에 재정 지원을 하고 있었다면서 이같은 혐의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방송은 또 수사당국이 연말까지 이 사업가들을 범죄혐의로 수배할 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이에앞서 뉴스위크는 최근 고(故)파이살 왕의 딸이며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 부인인 하이파 알-파이살 공주가 9.11 테러범 2명에게 간접적으로 재정지원을 했을 지도 모른다고 보도했으며 이에대해 연방수사국(FBI)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이에대해 미국의 대테러전쟁에 대한 사우디 아라비아의 협조에 관해 의문이 제기된다면서 사우디 관계자들이 테러범들에 대한 자금지원을 봉쇄하는데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조지프 리버맨(민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24일 "사우디-미국 관계가 위기 단계에 있다"면서 "그들은 좋은 맹방이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보호를 받았고 우리는그들에게 군사 기지와 석유를 의존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사우디 당국은 알카에다를 지원하는 자국민들을 소탕하기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상원 외교관계위원회의 조셉 바이든(민주.델라웨어) 위원장은 CNN방송에 출연해 사우디 관리들은 자국민들의 기부헌금이 어디로 귀결되는 지 조사하는 것을 "충분히 양심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그들은 지금 기부금을 내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나쁜사람들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그들(사우디관리들)에게도 해를 입히려고 하고 우리에게도 해를 입히려고 한다"고 말했다.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도 ABC 방송의 `이번주' 프로에서 "사우디의태만을 보여주는 사건이 계속되고 있으며 어떤 식으로든 전 세계에 이슬람 근본주의가 증가하는데 그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우디 왕실의 국제관계 담당 보좌관인 알-주베이르는 알-파이살 공주는자신이 지원한돈이 알 카에다와 관련된 인물들에게 전달될 것을 몰랐다면서 "알 카에다의 목적은 미국만큼 사우디 아라비아도 노리자는 것이며 우리는 우리를 살해하려하는 사람들에 자금지원을 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