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라크가 유엔 결의에 따라 다음달 8일까지 무기보유 실태를 보고하면 그 속에서 `전쟁 구실'을 찾으려할 것이라고 나지 사브리이라크 외무장관이 23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주장했다. 사브리 장관은 아난 총장에게 발송한 두번째 서한에서 "우리가 발표하는 것 중 뭐라도 빠질 경우 중대한 위반(material breach)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은 정당성없이 우리를 겨냥하기 위해 미리 생각해둔 것이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유엔 결의 중 무기보유 실태 발표와 관련된 구절은 이라크의 입장을 왜곡하는 동시에 공격 개시 구실로 이용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며 "수천 페이지에 달할 보고서 중 정확하지 않은 부분도 미국에 의해 전쟁 핑계로 이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24일 공개된 이 서한은 사브리 장관이 지난 11일 유엔 결의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아난 총장에게 보낸 첫번째 서한에서 언급됐던 것이다. 당시 사브리장관은 결의에 수반되는 다른 문제점 등을 지적하기 위해 두번째 서한을 보내겠다고약속한 바 있다. 이라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441호에 따라 오는 12월8일까지 대량살상무기와 그 제조시설, 다른 생물.화학무기 등을 유엔에 보고해야 한다. 심지어 군사적 용도와 직접 관련돼 있지 않더라도 유관시설을 공개토록 돼있다. 이라크는 이날 집권 바트당 기관지 아트-타우라를 통해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을 `어릿광대 조지(Clown George)'라고 비난하고 무기사찰에서 어떤 대량살상무기도 발견되지 않을 것임을 거듭 주장했다. 이 신문은 "사찰단원들은 대량살상무기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그런 무기가 없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이라며 "우리의 무기는 신선한 피로 만들어진 이라크 국민 그 자체다"고 밝혔다. 한편 무기 사찰단원 18명이 25일 바그다드에 도착, 오는 27일부터 첫 사찰업무에 들어간다.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소속인 이들은 이미 이라크에 들어와 있는 40여명의 보조요원들과 합류할 예정이다. 연말까지 사찰단 규모는 80-1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통들은 예상했다. (바그다드 AP.AF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