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20일 이라크 비행금지 구역을 초계비행하는 미.영국군 항공기에 대한 이라크의 발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으나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유엔이 이 문제에 어떤 견해를 갖든지 미국은 이라크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겐나디 가틸로프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는 유엔 결의 1441호에 관한 최종 협상이 진행될 당시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는 결의 이행을 위해 활동중인 유엔 및 회원국 대표.요원에 대해 어떤 적대행위나 위협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결의 조항이 비행금지구역내 적대행위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제레미 그린스톡 유엔주재 영국대사가 안보리 이사국들에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럴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음을 상기시키고 러시아는비행금지구역내 적대행위를 안보리 결의 1441호에 명시된 적대행위로 보는 어떤 해석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안보리에 이 문제로 행동을 취하도록 채근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영국의 한 외교관도 영국이 안보리 이사국들에 이같이 말했음을 시인하고 만일 결의 1441호의 적대행위가 비행금지구역내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이라면 이사국들이 이같은 최종문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행금지구역의 법적 근거는 1991년 걸프전 후 쿠르드족과 시아파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도록 하기 위해 채택된 유엔 결의에 있다며 "이라크의 발포행위는 이결의를 위반한 것이지 대량살상무기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 1441호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견해"라고 말했다. 그러나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유엔이 이라크의 공격을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보든 안보든 미국은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발언이 단순히 이라크 방공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보복공습을 의미하는지 또는 더 강력한 대응을 의미하는지는 밝히지 않은 채 "우리 항공기들이 공격받는 것을 놓아두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밝힌다. 우리는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과 다른 미국 관계자들은 미.영 항공기에 대한 이라크의 발포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믿는다는 입장을 강조해왔으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와 다른 견해를 보였다. 이에 대해 럼즈펠드 장관은 "나는 아난 총장이 특정 의제에 대해 언제든 반드시 유엔의 견해를 대변하고 있는지, 안보리의 무게 중심을 보여주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안보리는 그의 생각과는 달리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럼즈펠드를 비롯한 미국 관계자들은 이라크의 발포를 비난하면서도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의 안보리 결의 준수 여부를 지켜본 뒤에 안보리 개전 논의에 부칠 것임을시사했다. 럼즈펠드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불과 몇 시간 전 미.영국군 항공기들이 또다시 이라크측 지대공 미사일과 방공포 공격을 받은 데 이어 미국 전투기들이 남부 이라크의 방공통신시설 세군데에 공습을 가한 뒤에 나왔다. 미국의 공습은 이번 주 들어 세번째 것이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공습 대상은 알 쿠트와 바스라 사이에 위치한 무인 시설이었다고 밝혔으나 그 이상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중부사령부는 이라크가 유엔 안보리 결의 1441호를 수용한 뒤 일주일중 6일에 걸쳐 미군 항공기에 발포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유엔본부 AP.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