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경제부 장관은 얼마전 "콜로세움(원형경기장)은 매각대상이 아니다"고 단호히 말했다. 장관이 기자회견을 자청,이같이 강조한 것은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콜로세움을 매각하려 한다는 소문이 이탈리아 전역에 퍼졌기 때문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탈리아 국회는 지난 6월 베를루스코니 정부가 제출한 문화재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신설되는 국가문화재관리회사에 필요한 경우 문화재를 양도할 수 있다"고 규정,콜로세움도 매각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탈리아 전국에서는 즉각 논쟁이 벌어졌다. 반대론자들은 집회와 인터넷사이트 등을 통해 "로마시대 문화유산인 콜로세움이 정부의 문화재 매각리스트 첫 순위에 올라 있다"고 소문을 퍼뜨렸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여론의 관심을 끌어 논쟁을 격화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지어낸 가상 시나리오다. 그러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비난여론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경제부와 문화부는 콜로세움 뿐 아니라 어떤 문화재도 매각할 계획이 없음을 수차례 발표했지만,"정부가 콜로세움 같은 국보급은 팔지 않더라도 등급이 낮은 문화재를 매각할 지 모른다"는 의혹은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탈리아 정부 재정상태를 보면 이같은 '의혹'이 '기우'만은 아닐 수도 있다. 현재 이탈리아 정부는 1백67억유로 상당의 재정적자와 1조3천3백억유로의 공공부채를 안고 있어 내년도 예산편성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유럽연합(EU) 집행위는 재정적자 규모를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가치가 2조유로에 달하는 공공문화재의 일부만 매각해도 재정적자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어 그 같은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이 '집착'에 가깝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콜로세움은 커녕 웬만한 문화재도 매각이 불가능한 게 이탈리아다. 조상들이 남겨준 유산을 이용,벌어들인 관광수입의 대부분을 문화재 보전에 그대로 투자하는 게 이탈리아 국민이기 때문이다. 콜로세움 매각소동으로 이탈리아 국민들의 문화재 사랑은 그 빛을 더하고 있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