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외교계의 거인인 아바 에반 전(前) 외무장관이 텔아비브의 한 병원에서 타계했다고 BBC방송 인터넷판이 17일 보도했다. 향년 87세. 에반 전 외무장관은 이스라엘 독립직후인 48년도부터 초대 유엔주재 대사를 맡아 국제 무대에서 신생국인 이스라엘의 독립 승인을 비롯, 각종 국가 이익을 효과적으로 대변한 노련한 외교관이었다. 특히 전쟁의 기운이 한창이던 지난 66년부터 74년 사이에는 외무장관으로서 위난에 처한 이스라엘의 외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세계 외교가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고 국내에서는 존경받는 원로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에바 전장관은 이런 점에서 '이스라엘 외교의 아버지'(베냐민 네타냐후 현외무장관의 말)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인물. 그의 성공적 외교의 비결은 온건파로서, 국제협상을 통한 타결을 신봉한데서 찾을 수 있다. 그는 팔레스타인과의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 지난 67년 2차 중동전 당시점령한 영토를 반환할 것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10개국어에 능통했고 직설적인 위트는 국제무대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지구가평평하다는 결의안을 아랍측이 유엔에 제출하면 3분의 2 지지로 통과될 것"이라거나,"팔레스타인측은 기회를 놓칠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는다"는 말은 유명하다. 그러나 협상 상대방에 대한 노골적인 빈정거림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중동에평화가 도래하리라는 희망만은 잃지 않은 낙관론자였다. "개인이든 국가는 모든 대안을 다 써버리면 결국 현명하게 행동하게 된다는 것은 역사적 교훈이다" 에반 전장관은 주미대사를 마지막으로 지난 59년 일선 외교 무대에서 벗어나 노동장관과 부총리, 외무장관으로 봉직했고 88년부터는 방송인과 작가로서 활동해왔다. (서울-연합뉴스)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