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중국 국가부주석이 15일 당 총서기에 등극,그의 시대를 열었다. 후 총서기는 이번 당 대회에서 당권(총서기)을 넘겨받은 데 이어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국회)에서 국가주석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그는 그러나 중국 정치권력의 원천인 중앙군사위 주석을 넘겨받는데 실패했다. "절반의 성공"이다. 후 총서기 체제의 인물들은 젊고 유능한 기술관리들로 구성됐다. 공산정권 수립 이후 당 사업에 참여한 인물들이다. 이데올로기의 틀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하고 과감한 개혁적인 정책이 예상된다. 후 총서기도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장쩌민 주석의 3개 대표 이론을 받들어 중국의 발전을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후 총서기 체제가 '3개(선진 생산력,선진 문화,광범위한 인민의 이익) 대표' 이론을 적극 수용,개혁의 폭과 깊이를 더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후진타오 체제'가 순항할 것으로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의 정치적 행군을 가로막을 수 있는 요인이 곳곳에 짐복해 있다. 장 주석 세력의 견제가 후 총서기의 가장 큰 우환 거리다. 우방궈 부총리,자칭린 전 베이징시 서기,쩡칭훙 전 당 조직부장,황쥐 전 상하이 서기,리창춘 광둥성 당서기 등 장 주석의 측근들이 권력의 핵심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장 주석은 이들을 통해 막후에서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는 특히 중국 3대 권력 중 하나인 중앙군사위 주석이라는 막강한 힘도 갖고 있다. 정치국 내 '상하이방(上海幇·상하이에서 성장한 정치 세력)'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상무위원에 오른 쩡 전 조직부장,우 부총리를 비롯 천량위 상하이 서기,후이량위 저장성 서기 등 상하이방 세력이 정치국 진입에 성공했다. 이들은 후 총서기보다는 장 주석 쪽에 가깝다. 태자당(太子黨·원로 세력의 자제)이 대거 중앙 권력부에 포진된 것도 후 총서기로서는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시진핑(원로 시중쉰의 아들),보시라이(원로 보이보의 아들),바이커밍(바이지엔 전 기계부장의 아들),위정셩(위치웨이 톈진시장 아들) 등이 그들이다. 이들을 포함,중앙위원에 오른 태자당 출신이 10여명에 이른다. 그렇다고 후 총서기에게 우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고 있는 원자바오와 정치국에 새로 진입한 왕자오궈 통전부 부장,류윈산 선전부 부장 등이 그를 받쳐줄 것으로 예상된다. 상무위원은 장 주석 계열 인사가 장악했지만,후 총서기는 일단 전체 정치국에서 장 주석 세력과 겨룰 만한 세력을 확보했다. 물론 정치국에 포진한 장 주석 측근들이 후 총서기에 정면 도전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국정이 자칫 흐트러지거나 정치·사회적인 돌발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군권을 장악하고 있는 장 주석은 언제든지 개입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장 주석이 군권을 장악한 덩샤오핑의 그늘에서 8년 동안 숨을 죽이며 지내야 했던 일이 후 총서기에게도 되풀이될 수 있다. 베이징의 정치 분석가들은 "향후 2∼3년 동안은 후 총서기와 장 주석 측근간 물밑 신경전이 벌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