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주요 신문들은 15일 일제 치하인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일장기를 달고 뛰어야만 했던 손기정(孫基禎) 옹의 타계 소식을 비중 있게 전하며, 고인을 애도했다. 일본의 전전(戰前) 세대들이 대부분 손기정옹을 알고 있는 때문인 듯, 신문들은사회면과 스포츠면을 할애해 손기정옹이 당시 우승테이프를 끊고 골인하는 장면과시상대에서 월계관을 쓴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곁들여 그의 `마라톤 일생'을 소개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손기정옹은 조국(한국)이 일본의 통치 하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마음에도 내키지 않는 `히노마루(일장기)'를 달고 뛰어야 했던 비극의 영웅이었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역대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가운데 돈이 많은 사람은 없다. 빈곤하지않고서는 42.195㎞를 완주할 수 있는 기력이 나오지 않는다"는 손기정옹의 `마라톤철학'을 소개하기도 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스포츠면에 `국적없는 선수'라는 기사에서 "손기정옹은 올림픽 메달리스트로서 국명변경을 요구했지만, 당시 일본 선수단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지금도 공식적으로는 그의메달을 일본의 것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니치는 "손기정옹이 생전에 일본 육상관계자들과 두터운 교분을 유지하면서,객관적 시점에서 조언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손기정옹의 생애를 되돌아볼 때 '일장기 말소사건'을 회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고, "나는 (올림픽에서) 마음 속으로 일본이 아니라한국을 위해 달렸다"는 손기정옹의 말을 굵직하게 기사 제목으로 뽑았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