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부시 행정부 관리들이 향후 사찰방해시 군사행동 가능성을 연일 경고하고 나서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워싱턴 관측통들은 이라크의 수용 결정을 표현한 문구나 미국의 냉소적 대응으로 볼 때 양측은 긴장이 완화되는 단계가 아니라 `최종대결(showdown)' 국면으로 접어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14일(이하 현지시간) 국방부 뉴스브리핑에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단언'할 수 있다면서 유엔 결의의목적은 사찰단이 들어가 `일정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고 밝혔다. 조지 W.부시 대통령은 이날 스페인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총리와 통화한 뒤이라크 무장해제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약속받았다고 스콧 맥클레런 백악관 대변인은 전했다. 맥클레런 대변인은 "후세인이 무엇을 할 지 예측한 적은 없지만 그가 기만을 시도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알고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의 현재 상황인식은 어떤 위반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허용도 제로(zero tolerance)'에 입각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맥클레런 대변인은 이번 결의가 미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대통령의 행동권한을 `미리 배제'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 단독 군사행동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라크에 무기사찰 활동을 방해하지 말라고 거듭 경고하면서 "새로운 협력정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는 14일 결의 수용 후 처음 게재한 신문.방송 논평을 통해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거듭 부각하는 동시에 유엔의 제재 해제를 요청하는 외교공세를 폈다. 후세인 대통령의 장남 우다이가 소유한 일간지 `바빌'은 이라크가 유엔 결의 1441호를 수용함으로써 `선의'를 증명했다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 프랑스에 제재 해제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요구했다. 이라크 위성방송은 "우리 결정으로 공격자들의 구실이 좌절됐다"며 미국의 공격성과 오만함을 증명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국제사회는 미국과 이라크의 이같은 긴장구도 속에 결의 수용 직후와 달리 다소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이 이라크측의 사찰방해 행위에 대해 `성급한'군사행동을 취해서는 안된다고 지적, 사찰방해와 군사행동의 연관관계를 둘러싼 유엔과 부시 행정부의 시각 차를 반영했다. 영국 언론들은 "전운은 다음달 8일까지 한달 늦춰졌을 뿐 여전히 감돌고 있다"고 강조했고 다른 유럽 언론들도 이라크의 결정이 시간을 벌었을 뿐이라는 회의적시각을 나타냈다. (워싱턴.바그다드 AP.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