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전격적인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1441호) 수용과 관련, 세계 각국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서방 지도자들과 일부 언론들은 그동안 환영일색이던 반응을 접고 이라크에 유엔의 무기사찰 수용에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면서 "이라크의 행동"을 촉구했다. 이에 비해 아랍세계는 이라크의 결정으로 전쟁을 피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했다.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의 결의 수용에 대해 이라크가 '첫 발'을 내디뎠다는 점을인정하면서도 사담 후세인의 '악명높은 변화무쌍한' 태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강조했다. 스콧 맥클레런 백악관 대변인은 "후세인과 이라크 정권은 전에도 이처럼 말한바 있다"며 "우리는 후세인의 움직임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잭 스트로 영국외무장관은 이라크가 만일 새로운 사찰조건을 파기할 경우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라크가 완벽하게 유엔과 협조할 것을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쿵취앤(孔泉) 외교부 대변인은 이라크의 결정에 대해 "옳고 긍정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한 뒤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 의해 채택된 결의가 완벽하고도 엄격하게 수행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신문들은 이라크의 마지못한 수용은 단지 이라크로 하여금 생.화학무기와 핵무기 등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공표하게 돼있는 다음 최종시한(12월8일)까지시간을 벌게 한 것일 수도 있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전쟁의 망령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단지 내달 8일까지 미뤄졌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라크의) 결백주장은 유엔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여 미국의 군사행동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핵심은 수용이 아니라 실제 행동"이라며 "나는 이라크에 (무기사찰단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이라크의 인접국들은 이라크의 유엔 결의 수용은 전쟁의 위기를 벗어나게 했다며 유엔 무기사찰단의 공정한 임무 수행을 촉구했다. 셰이크 사바 알 아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부총리겸 외무장관은 이날 발행된 쿠웨이트 영자지 아랍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후세인 대통령이 국민들의 목숨을 구했다"며 "전쟁의 망령을 밀어냈다"고 말했다. 사우드 알-파이잘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도 "이라크의 결정은 즐거운 것"이라며 "위기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시리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통화후발표한 성명에서 이라크의 결의 수용에 대해 "위기를 해결함으로써 유엔이 제기능을할 수 있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쿠웨이트는 이라크의 결의안 수용으로 안도하면서도 거의 매일 이뤄지고있는 전쟁 대비노력을 누그러뜨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1990년 이라크의 침공을 받은 바 있는 쿠웨이트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자신들에게 위협적인 인물로 인식되고 있는 이라크의 지도자가 결의를 진정으로 수용했는지에 대해 매우 의심스러워했다. 이와관련, 쿠웨이트 대학의 한 정치학교수는 "우리는 그(후세인 대통령)가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전쟁이라는 `죽음의 재' 속에서 구조될 수 있을 것"이라며 후세인 대통령이 단지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우려했다. (베이징.파리.다마스커스.쿠웨이트 시티 AP.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