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경찰은 발리 폭탄 테러 사건에동남아시아 테러조직 제마 이슬라미야(JI)가 개입됐다는 증언을 처음으로 확보, 배후 세력 규명을 위한 수사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다이 바크티아르 경찰청장은 13일 오후 발리에서 엘 신타 라디오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범행을 자백한 암로지(40)로부터 JI 지도자 이맘 사무드라가 테러 사건에 연루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암로지는 또 지난 2000년 중부 자바 수라카르타에서 사무드라를 만났을 당시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 간 유혈 종교분쟁이 격화된 말루쿠 암본으로 보낼 폭탄을 제조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다이 청장이 전했다. 암로지와 사무드라는 수라카르타 음식점과 자동차 안에서 처음으로 대면 접촉을한 뒤 그동안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통해 교신하면서 다양한 가명을 사용한 사실도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암로지는 또 발리 테러 계획이 종료된 뒤 사무드라로부터 돈과 차량 한대를 약속받았으며 이드리스로 불리는 한 남자가 루피아와 미국 달러, 싱가포르 달러, 말레이시아 링깃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테러 발생 일주일 전인 지난 달 6일 동부 자바에서 발리로 이동해 이드리스와 우마르로 불리는 남자를 포함해 여러명의 공범들을 만나 호텔과 월셋집 등에서은신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암로지는 자신의 형 무클라스와 JI의 정신적 지도자로 현재 경찰에구속된 아부 바카르 바시르, 과격 이슬람단체 라스카르 지하드 지도자 자파르 우마르 탈립을 우상으로 추앙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암로지는 육성 녹음 테이프를 통해 "가족과 동생, 조카, 부모, 다른 친척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이번 사건에 연루시키고 싶지 않았다. 나와 동생 알리임론만 테러에 가담했다"고 말했으나 테러 희생자들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 특파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