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세계경제에 줄 충격은 '일시적이고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이는 전쟁이 일찍 끝나고 중동전역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한 것이다. 이라크 전쟁으로 즉각 나타날 경제적 영향은 이라크의 원유 생산 및 수출 차질이다. 이라크의 원유매장량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다. 프랑스 BNP 파리바 은행의 석유업종 애널리스트 케이스 모리스는 "시장에서는 기습적인 단기 국지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전쟁이 인접국으로 확산되고 핵 등 대량살상무기가 동원되는 '악몽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는 않으리라는 게 많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유사시 원유공급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다른 산유국들이 얼마나 신속하게 증산에 나서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많다. ◆'유가 어떻게 움직일까'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9월중 이라크의 하루 산유량은 189만 배럴로 전세계 공급량의 2.5%였다. 국제유가는 요즘 '전쟁 프리미엄'이 붙어 정상가보다몇달러 비싼 배럴당 25달러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경제조사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분석으로는 이 '전쟁 프리미엄' 때문에 선진 원유수입국들의연간 경제성장률이 이미 0.2% 하락했다. 일단 이라크 공격이 시작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 가격대가 6개월간 유지되면 원유수입 부국들의 성장률은0.5% 가량 둔화될 것이라고 IE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파티 비롤은 예측했다. 개발도상국 경제는 철강과 화학 등 수입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업종의 비중이 커성장률이 1%나 급락하는 등 훨씬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또 국제유가가 배럴당 35달러선으로 폭등하면 빈.부국 가릴 것 없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두배로 증폭되리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 등 부국들이 대량의 원유를 비축해 놓고 있어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유가 폭등세는 몇주내,아니면 며칠,또 빠르면 몇시간안에 하락세로 반전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원유공급은 어떻게 되나' 미군이 이라크 원유생산.수출시설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는 남부 유전지대와 걸프만의 `미나 알-바크르'항을 장악, 전투종료전 석유수출을 재개하리라는 것이 런던`세계에너지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 리오 드롤러스의 진단이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도 미국 등 원유 수입국들이 전략비축원유를 방출해 시장을 어지럽히지만 않는다면 증산 용의가 있음을 시사해왔다. 사우디 석유장관의 보좌관 이브라힘 알-무하나는 최근 "원유공급 부족시 OPEC과 사우디가 충분한 공급량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장기화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전쟁이 장기소모전 양상을 띠면서 예측불허의 상황이 전개되면 문제가 달라질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보고 있다. 이들은 지난 1990년의 걸프전 이후 세계경제가 불황에 빠졌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우선 12년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때 처럼 주가하락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1991년 1월 미군 주축 연합군의 이라크 공격후 주가는 오름세로 반전됐고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을 띨 것으로 UBS워버그의 주식 스트래티지스트 이언 하닛은 내다봤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선까지 폭등할 것으로 예측하는 애널리스트들도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 원유수입국에서는 휘발유 '사재기'현상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그러한 `경제적 악몽'의 현실화 확률은 2%에 불과하다는 게 '세계에너지연구소' 이코노미스트 드롤러스의 분석이다. ◆'전후 최대 관심사는' 전후 최대 관심사는 이라크의 산유 전망이다.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후 들어설새 이라크 정부는 오랫동안 투자가 이뤄지지 못한 국내 유전지대 복구에 서둘러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는 서방세계의 투자 및 기술지원으로 전후 6개월안에 하루 산유량을 300만배럴선까지 늘릴 수 있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런던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