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라크, 북한 등 미국이 '악의 축'으로 지목한 국가들이 지난 92년 이스라엘과 한국을 상대로 동시에 전쟁을 벌이려 했다고 미국의 테러전문가 요세프 보단스키 씨가 저서를 통해 주장했다. 미국 의회 '테러리즘과 비재래식 전쟁 태스크포스' 연구책임자인 보단스키 씨는 최근 발간된 책 '평화의 값비싼 대가(The High Cost Of Peace)'에서 90년대 초 이란을 주축으로 형성된 이슬람 국가의 비밀동맹이 걸프지역에서 미국을 몰아내기 위해 북한까지 끌어들여 동시다발 전쟁을 일으키려 했다고 밝혔다. 보단스키씨는 이 책에서 옛소련의 붕괴 이후 세계 질서 재편과정에서 '지중해에서 인더스강에 이르는' 이슬람 동맹을 형성해 미국을 몰아낼 야심을 품은 이란이 시리아와 파키스탄, 나아가 이라크까지 규합해 `공동의 적' 미국에 대항하는 투쟁에 협력하겠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지적했다. 이 책에 따르면 이란은 이를 위해 서방을 대상으로 한 테러를 적극 지원하는 한편 중국과 북한에서 재래식 무기와 미사일 등을 대거 수입해 군사력을 강화했으며 91년말에는 옛소련의 일원이었던 카자흐스탄에서는 40kt(킬로톤)의 핵탄두 두 개를 입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란이 주도한 이슬람 동맹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게 이스라엘을 상대로 도발을 일으키도록 해 과격대응을 유도하고 이란과 시리아가 탄도미사일로 이스라엘의 민간시설 및 전략목표물에 파상적인 보복공격을 가하는 방법으로 92년 6월에서 9월 사이에 전쟁을 일으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막판에 시리아가 북한까지 가담시키자고 주장해 그해 11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 전날 북한이 한반도 통일을 위한 전쟁을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이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이 계획이 결국 불발된 것은 북한의 정국 불안 때문이었다. 김일성 당시 북한주석은 아들 김정일에게 그해 9월초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비동맹정상회의 대표단을 이끌도록 함으로써 정권이양을 공식화할 예정이었으나 한반도 통일 전쟁을 이끌기 위해 자신이 더 권좌에 남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계획을 취소해 버렸다. 이 와중에 북한 군장교 18명이 주석궁에 난입해 김일성 주석 부자를 살해하고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모두 처형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북한 관리들은 비동맹회의 참가 후 북한을 방문한 하셰미 라프산자니 이란 대통령 일행에게 자신들이 여전히 미국 대통령 선거 전일의 전쟁계획을 밀어붙일 의사가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이란은 이미 북한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태였으며 결국 동시다발 전쟁은 불발했다고 보단스키씨는 설명했다. 아랍권 소식통들의 말과 각종 문건, 언론 기록 등을 토대로 이 책을 저술한 보단스키 씨는 뉴욕 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던 저서 `빈라덴:미국에 대해 전쟁을 선포한 사나이' 등 테러 관련 책 여러권을 펴낸 테러 전문가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