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야당인 기독교민주당은 11일 총선패배 이후 첫 전당대회를 열어 안겔라 메르헬(48)을 당수로 재선출했다. 기민당은 지난 9.22총선에서 정권 탈환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찬성 746,반대 50으로 93.7%의 압도적 지지율로 메르헬을 재신임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0년 기민당 지도부가 비자금 스캔들로 모두 퇴진한 가운데헬무트 콜 전 총리의 지원을 받아 동독 출신이면서도 기민당 최초의 여성 당수에 오른 메르헬의 당 장악력이 더욱 커지게 됐다. 메르헬은 앞서 지난 9월 총선 직후 프리드리히 메르츠로부터 원내총무 직까지넘겨받은 바 있다. 기민당이 이날 메르헬의 당수 재선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은 지난 9.22총선 시기민당 지지표가 38.5%로 사민당과 같았으나 98년 총선 당시에 비해서는 3.4%를 더얻어 `사실상 승리한 것'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미 내년 2월의 헤센주와 니더작센주 주의회 선거 등 일부 주의 선거전이 이미 시작됐다고 판단, 당의 지도력을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메르헬 당수의 이날 전당대회 개막연설도 사민당과 녹색당의 적녹연정을 맹렬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메르헬 당수는 적녹연정이 총선이 끝나자 선거공약과는 달리 각종 세금을 대폭인상하고 감면혜택을 없애기로 하는 등 "눈하나 깜박이지 않고 유권자에게 거짓말을했다"면서 이는 `유례없는 선거사기'라고 비난했다. 또 적녹연정이 내놓은 노동시장 개혁방안은 오히려 관료와 국가개입을 확대하는 것이며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기민당은 의회 내에서 적녹연정의 개혁안에 대해 반대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메르헬 당수는 천명했다. 메르헬 당수는 이어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대 이라크정책을 비판하면서 모든 수단을 다해 유엔 결의을 지원하라고 촉구하면서 적녹연정은 조만간 그 동안의실정(失政)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기민당 등 야당이 적녹연정의 경제개혁 방안에 반대할 것임을 분명히 하는가운데 여당인 녹색당 청년층과 일부 사민당 의원들이 연금보험료 인상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적녹연정 지도부가 고심하고 있다. 지난 9.22총선에서 적녹연정이 승리하기는 했으나 하원 의석 수가 과반에서 불과 9석 더 많은 상황이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