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22개국 협의체인 아랍연맹은 유엔 안보리의 이라크 결의안 승인과 관련해 9일 외무장관 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랍연맹=아랍연맹의 히샴 유세프 대변인은 8일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승인한 이라크 결의안이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의의 주의제가 될 것이라며 아랍국가들이 안보리의 행동을 존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세프 대변인은 "우리는 항상 안보리 결의를 존중해 왔다"며 "많은 아랍국가들도 안보리가 이라크 결의안을 승인할 경우 이를 존중할 것임을 시사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결의안에 언급된 시한과 관련해 "상황이 매우 어렵다"면서 "우리는전쟁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또 이라크의 이익을 존중하면서 결의안을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검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아랍연맹 일부 외교관들은 안보리 이사국인 시리아가 반대표를 던지지 않음으로써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데 적지않은 충격을 표시했다. ▲이라크=이라크 정부는 유엔 안보리의 결의 채택에 대해 공식 논평을 하지 않았다. 유엔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승인한 결의안에 따라 이라크는 오는 15일까지 결의수용 여부를 밝혀야 한다. 또 30일 이내에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실태를 숨김없이 공개해야 한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이번주 초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결의를 수용하지않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후퇴, 수용할 수도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현재로선 모하메드 알-두리 유엔 주재 이라크 대사의 발언이 이라크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할수 있다. 알-두리 대사는 "결의안을 검토해보고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안보리 결의가 미국이 국제사회에 강요하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고"사찰단의 이라크 복귀를 방해하는 방향으로 조정됐다"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아랍연맹의 유세프 대변인도 이라크측이 유엔안보리 결의를 충분히검토하기 전에는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라크는 9일 카이로에서 열리는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의에 나지 사브리 외무장관을 보내 이라크의 새로운 입장을 설명하고 아랍국가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지지해줄 것을 호소할 계획이다. 이라크 위성 TV는 유엔안보리 결의가 "전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고 12년간 국제법과 규범을 위반해온 미국의 정책이 추구하는 꿈을 반영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이라크 국영 TV를 비롯한 공식 매체들은 유엔안보리 표결 장면을 방영하지 않았다. 관영 이라크통신(INA)도 안보리의 이라크 결의안 논의와 표결 결과에 관해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라마단 금식월 시작후 첫 금요 대예배일인 이날 바그다드의 `모든 전쟁의 어머니'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이슬람 성직자들은 미국과 영국의 정책을 맹비난하고국민들에게 "이교도와 십자군"에 맞서 투쟁할 것을 촉구했다고 현지 서방 언론이 전했다. ▲이집트=이집트 정부는 유엔 안보리가 이라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한 뒤이라크 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흐메드 마헤르 외무장관은 기자들에게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이라크 위기발생 이후 줄곧 이라크 정부에 대해 유엔 결의 존중과 유엔 사찰 수락, 자유로운 사찰 활동 허용을 촉구해 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또 이집트는 국제사회의 결의에 따르면서 이라크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수 있는 방안을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헤르 장관은 이에앞서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파월 장관이 먼저 전화를 걸어와 이집트가 이라크에 대해 유엔 결의를 준수하도록 계속 요구해줄 것을 희망해왔다고 설명했다. 마헤르 장관은 또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의 참석차 이날 카이로에 도착한 나지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과 만나 유엔안보리의 새로운 결의 채택에 따른 이라크측의입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및 기타 아랍국=이스라엘은 유엔 안보리의 이라크 결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외무장관은 대변인을 통해 "이스라엘은 이라크 문제에 관한 유엔의 결의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결단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더 자세한 논평은 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이라크가 스커드 미사일로 자국을보복 공격할 것으로 우려한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라크의 유엔안보리 결의수용 여부와 상관없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불가피한 것으로 믿고 있다. 한편 1990년 이라크의 침공 이후 이라크와 적대관계를 유지하는 쿠웨이트는 유엔안보리의 이라크 결의안 통과와 관련해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관영 쿠웨이트통신(kUNA)도 서방 언론 보도를 인용해 안보리 표결 상황을 전했으나 자체 논평은 하지않았다. 그러나 쿠웨이트 정부 고위 관리들은 이라크 정권의 축출을 공공연히 지지해왔으며, 쿠웨이트는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시 최전방 기지로 활용될 전망이다. 쿠웨이트는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의에 동남아시아를 순방중인 모하메드 사바 알- 살렘 외무장관 대신 파드 알-아흐마드 알-사바 공보장관을 파견해 역내 현안들을 협의할 계획이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