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는 제2차 걸프전은 지난 91년의 1차전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고 군사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이 같은 전망은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다. 미국은 지난 11년 동안 군장비의 개선과 이라크와 벌일 전쟁을 가상한 각종 훈련에 주력해 왔다. 반면 이라크는 지난번의 전쟁에서 전력의 상당부분이 무력화된데다 유엔의 제재로 군사력 보강이 사실상 봉쇄됐다. ◆걸프주변 배치 미국 군사력=미국은 이달초까지 이 지역에 육, 해, 공군 및 해병대 등 5만5천여명의 병력을 배치한 상태다. 특히 대(對)이라크전의 사령탑인 중부군사령부(CENTCOM)가 지난달말 카타르로 이동한 것을 시작으로 병력과 장비의 증강과 배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미국은 현재 F/A-18과 F-14 등 80여대의 최신예 함재기를 탑재한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9만7천500t)와 미사일순양함 및 구축함, 공격용잠수함 등으로 구성된 전단을 걸프해역에 배치했다. 또 해리 트루먼호와 컨스트레이션호가 이끄는 항모전단도 곧 걸프지역으로 이동 배치한다. 앞서 이 지역을 초계하던 항모 조지 워싱턴호 전단도 이라크 타격이 용이한 지중해로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미국 해군은 올 연말까지 2만여명의 병력과 300여대의 최신예 함재기를 갖춘 4-5개 항모전단을 걸프해역에 전진배치하고 이라크의 주요 전략목표물에 대한 타격과 지상작전 지원활동 등을 전개한다. 공군은 B-2 스텔스 폭격기, F-15 요격기, F-16 전투기, A-10 지상공격기 등 100여대 이상의 항공기를 동원해 개전 초기부터 적을 무력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공군은 이미 인도양상의 영국령 디에고 가르시아섬, 터키의 인시르리크 공군기지,사우디의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 등에서 항공기를 발진시켜 적의 예봉을 꺾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상군 병력으로 육군은 독일 주둔 제5군단 산하 병력과 본토의 제18공수군단산하 제3기계화보병사단 등 1만5천명 이상의 병력이 전개될 예정이다. 이들은 주포의 파괴력과 기동성이 우수한 M-1A1 에리브럼스 탱크와 M-2A2 브래들리장갑차 등 300여대의 기동장비와 적의 주력을 일격에 무력화할 수 있는 개량형 다연장로켓(MLRS),ATACMS 블록 II형 지대지미사일 등 최신예 장비들을 보유하고 있다. 육군 병력은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에 분산 배치됐거나 배치 중이다. 또 해병대도 제1원정군(MEF) 산하의 제1원정여단, 제11.13.15원정대 및 제3해병항공단 등 1만명에 가까운 병력을 대형상륙함(LHD/LHA) 등에 승선시키거나 쿠웨이트과 요르단 등에 지상배치해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한다. 이와 함께 그린베레, SEAL등 1천500여명의 특수부대원들도 이라크 내부에 잠입해 대량살상무기 저장소 등 전략목표물에 대한 정찰과 타격이나 교란, 선무활동 등을 전개한다. ◆아직도 무시 못할 이라크 군사력=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보고서에 따르면 91년 걸프전 당시 100만명에 육박하던 이라크 정규군 규모는 현재 37만5천여명으로 감소했다. 또 3천대 가까웠던 탱크와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던 포병과 방공망도 절반 넘게 파괴됐으며, 그나마 어렵게 건진 장비들도 부품 조달의 어려움 때문에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라고 해서 이라크군의 전력을 과소평가하기엔 이르다. 우선요원의 자질과 충성도 및 장비수준이 A급인 친위부대 공화국수비대의 경우 8만여명의 정예병력으로 구성돼 개전시 저항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라크는 유엔-식량연계 프로그램을 교묘히 이용해 연간 20억달러 이상의 방공망과 지대공미사일 등 최신예장비를 우크라이나, 유고슬라비아 등 옛소련권 국가에서 비밀리에 구입해 보유하고 있어 미군의 작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바로 생화확무기와 이를 적재.운반할 수 있는 스커드 미사일이다. 구석에 몰린 이라크가 VX, 사린가스, 보툴리누스균, 탄저균 등 살상력이 엄청난 생화학물질이 든 탄두를 단 20-30기로 추정되는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전쟁 양상이 다른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무력화에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바로 이런 우려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shkim@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