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발리 폭탄 테러의 유력한 용의자와 동남아시아 테러조직 제마 이슬라미야(JI)의 관계가 일부 드러남에 따라 JI의테러 배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발리 테러 사건을 수사중인 다국적 수사팀은 7일 폭파 현장을 지휘했다고 자백한 용의자 암로지(30)와 JI의 정신적 지도자 아부 바카르 바시르의 관계를 확인, 이번 사건 배후로 JI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동부 자바 라몽안군(郡)에서 오토바이 판매점을 운영하는 암로지가 발리테러를 앞두고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태국으로 여행한 사실을 확인, 그의 출국과 이들 국가에 구축된 JI 조직망과 모종의 연계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다이 바크티아르 경찰청장은 "암로지의 출국 목적과 해외 체류 기간 접촉 인물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그와 바시르의 관계에 대해서도 정밀 조사중"이라고 말해JI쪽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현재 암로지의 공범들을 추적하고 있다. 때가 되면 그들의 이름을 수배자 명단에 올릴 것이다. 우리는 범행 직접 가담자 뿐만 아니라 배후 세력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추적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시르는 지난 2000년 성탄 전야제 전국 연쇄 폭탄테러를 포함한 수 건의 테러와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지난 달자카르타로 압송돼 현재까지 경찰병원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바시르가 최근 수 년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 사건을 배후 조종하고 JI의 정신적 지도자로 활동한 혐의점을 전면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 늦어도 이달 말까지 조사 기록을 검찰에 송치해 기소토록 할 방침이다. 경찰은 지난 1월 바탐 폭파와 관련한 자체 정보와 작년 싱가포르에서 검거된 JI조직원 파이즈 아부 바카르 바파나 및 알-카에다 요원 오마르 알 파루크의 자백 등을 근거로 기소할 경우 법정에서 유죄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라몽안 지역 주민들의 증언과 암로지의 가족관계 및 최근 행적 등에서도 그와 바시르의 밀접한 관계를 추론할 수 있다. 일간 코란 템포는 주민 증언을 인용해 바시르는 과거에 라몽안 소재 알-이슬람학교를 5차례나 방문해 강연했다고 보도했으며 이 학교의 자카리아 학교장도 바시르의 방문 사실을 인정했다. 암로지는 이 학교에 정기적으로 기부금을 내고 교내 이슬람 사원에서 수시로 기도하는 등 알-이슬람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그의 형 자파르 소디크는 이 학교의 공동 설립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바시르가 수하르토 정권의 탄압을 피해 말레이시아로 건너가 활동하던 90년대에 말레이시아에서 장기간 체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그 때 바시르를 접촉, 지금까지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바시르는 암로지를 알 지 못하고 알-이슬람 학교 방문은 졸업식 연설을 위한 것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다국적 수사팀의 에드와르드 아리토낭 대변인은 "암로지로부터 확보한 정보는 이번 사건을 푸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그의 집에서 일부 유용한 자료를 압수했다"고 밝혀 수사가 급진전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수사팀의 다른 관계자는 "기존 용의자 3명의 몽타주 외에 추가로 1개를 작성해 7일 배포했고 6-10명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들의 은신처가 거의 포착된 만큼 이들에 대한 검거는 멀지 않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