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테러를 주도했다는 설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인도네시아의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발리 폭탄테러가 미국이 주장한 대로 알 카에다와 연계된 인도네시아의 극단이슬람단체가 벌인 일이 아니라 CIA가 주도한 것이라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7일 자카르타발 기사를 통해 보도했다. CIA가 발리 폭탄테러를 주도한 것은 인도네시아가 미국이 주도하는 이라크와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이들 지식인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랠프 보이스 인도네시아 주재 미국대사는 인도네시아가 더 이상 이번 테러사건이 외부인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인도네시아는 더욱 단호하게 테러리즘에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교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경찰의 감시 아래에 병원에 입원 중인 아부 바카르 바시르가 이끄는 자생적 극단회교단체 제마 이슬라미야가 이번 일을 했을 것이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냉전시대에 미국이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사건들에 개입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폭탄테러를 CIA가 조종했다고 하는 것은 결코 비논리적인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부 바카르 바시르는 발리 폭탄테러 사건 이후 경찰에 체포됐었다. 인도네시아의 온건적인 이슬람 지도자 누르콜리시 마드지드는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과거 수카르노 정권이 붕괴되는 데 미국이 개입한 것을 알고 있으며 미국은 이슬람교도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누른 수하르토 정권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번 폭탄테러의 배후로 이슬람교도들을 지목할 경우 극단 이슬람교도들을 양산하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