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공무원들이 현 정부를 거침없이 비판할 때 정권 말기를 실감하게 된다고 한다. 김대중정권이 말기로 접어들면서 고위공직자들이 현 정부의 정책을 내놓고 비판한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 해외에서도 정권 말기를 실감하는 징후들은 쉽게 포착된다. 대표적인 게 워싱턴DC에 있는 한국대사관 식구가 는다는 점이다. 최근 몇개월간 늘어난 자리가 적지 않다. 외교부에선 공사참사관 자리가 새로 생겼다. 의회와 싱크탱크 업무를 맡았다. 그동안 정무과장이 해오던 일이었지만 업무 비중을 감안해 인력을 보강한 셈이다. 기획예산처도 국장급을 새로 파견했다. 지금까지 없었던 자리다. 재정경제부에서도 과장을 한명 더 파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파견관의 직급을 국장급으로 높였다. 모두 예산이 늘어나는 요인이다. 주미 한국대사관만 식구가 늘어나는 게 아니다. 한달 전 금융감독원도 워싱턴사무소를 새로 차리고 2명을 파견했다. 인력 보강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IMF 외환위기 직후 너무 갑작스럽게 사람을 줄이는 바람에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는 이유를 대는 곳도 있다. 최근 업무가 늘어나 현재의 인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이유들이다. 감당할 수만 있다면 선진국 파견인력은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왜 지금 시점에서 유난히 사람이 더 필요해졌는지는 석연치 않다. 업무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달은 것도 아닐 게다. 일이 갑자기 쏟아져서도 아니다. 정권 말기라는 시기와 무관치 않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정권초기와 달리 인력관리가 느슨해졌다는 말이다. 해가 저물면서 작은 정부에 대한 의지가 사그라들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항상 그런 것 아닙니까.새 정부가 들어서면 작은 정부를 외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듯하지만,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 되곤 했지 않았습니까.요즘 해외공관 파견인력이 늘어나는 것도 그런 흐름과 무관치 않습니다.글쎄요, 내년초에 또 줄인다는 얘기가 나올지 모르죠." 그렇게 정권이 저물고 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