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전체회의에 제출한 대이라크 결의안 최종 수정안은 유인책을 담았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그동안 `채찍' 일변도였던 종전의 안과는 달리 이라크에 제시할 `당근'에 해당하는 유인책을 담았다. 또 프랑스의 `2단계 해법'을 전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의 성의를 보였으며 중국 등이 요구해온 이라크의 주권 재확인 등의 문구도 포함했다. 그러나 쟁점이 돼온 "중대한 위반" 또는 "심각한 결과" 등의 문구는 유지됐고 무기사찰단 책임자가 현실성에 의문을 표시한 강경 사찰방안도 삭제되지 않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완화된 내용=프랑스와 러시아, 중국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전체적인 문맥이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미국의 최종 수정안은 이라크에 대해 "무장해제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최종적인 기회를 부여한다"고 밝혀 유엔 결의의 목적이 응징보다는 이라크의 무장해제에 있음을 강조했다. 또 사찰단이 이라크의 위반에 대해 보고해오면 즉시 안보리를 재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키로 해 프랑스의 `2단계 해법'을 어느정도 수용했다. 이라크에 대한 유인책으로는 이번 유엔 결의를 충실히 이행할 경우 지난 91년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응징으로 결정된 유엔 경제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제시됐다. 과거의 유엔 결의에 대한 이라크의 위반을 지적하는 부분에서는 "여러해 동안"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등 다소 완화된 문맥을 담았다. 이라크가 유엔 결의를 계속위반할 경우 직면할 "심각한 결과"에 대한 경고 조항은 맨 뒤로 돌려졌다. 유엔 사찰단 경호를 위해 "무장 경비요원들"이 동행토록 한다는 조항은 "유엔 경비요원들"이 동행토록 한다는 내용으로 완화됐다. 이밖에 이라크가 무기사찰 재개를 허용토록 아랍연맹이 기울인 노력을 치하하는 문구가 포함돼야 한다는 아랍권의 요구도 받아들여졌다. ▲유지된 내용=미국과 영국을 제외한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나머지 안보리상임이사국들의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중대한 위반"과 "심각한 결과" 등 미국이 주장해온 핵심 문구들은 전후의 표현만 부드러워졌을 뿐 삭제되지는 않았다. 미국의 최종 결의안에는 첫번째 결정사항으로 "이라크는 특히 유엔 사찰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한 협조와 1991년 유엔 안보리 결의 687호에 의한 의무이행을 거부함으로써 기존의 관련 유엔 결의들에 대해 심각한 위반 상태에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마지막 항목에서는 "안보리는 이라크에 대해 계속되는 의무 위반에 따라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임을 거듭해 경고해 왔음을 상기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사찰일정과 사찰단의 권한 등에 관한 조항도 대개 종전과 같은 내용이 유지됐다. 우선 종전과 마찬가지로 이라크에 대해 결의안 채택후 30일 이내에 대량파괴무기의 실태를 숨김없이 제출토록 했다. 미국은 이라크가 실태를 보고하면서 빠뜨리거나 거짓으로 밝힌 부분이 드러날 경우 이는 "중대한 위반"에 해당한다는 조항을 새로 삽입해 상당히 완화된 전체 내용과는 대조적으로 이 부분은 오히려 더욱 강경한 내용을 담았다. 또 무기사찰단에 언제, 어디건 필요한 시설과 장소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해야 하며 여기에는 대통령궁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조항역시 유지됐다. 이밖에 무기사찰을 지휘할 한스 블릭스 유엔 감시ㆍ검증ㆍ사찰위원회(UNMOVIC)위원장 조차도 현실성에 의문을 표시했던 이라크 무기개발 관련자의 해외 신문 조항도 삭제되지 않았다. ▲향후 전망=프랑스와 러시아는 미국의 종전 결의안이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군사행동을 승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이른바 "숨겨진 방아쇠" 조항들을 담고 있었다면서 반대의사를 표명해 왔다. 미국이 최초에 제시했던 초안에 군사행동을 의미하는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한다"는 내용은 그후의 수정안에서는 삭제 됐지만 "중대한 위반"이나 "심각한 결과" 등을 군사행동 승인조항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프랑스와 러시아의 우려였다.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위해 이 결의안을 마련했다고 끈질기게 이들과 나머지 안보리 이사국들을 설득해왔다. 동시에 사찰단이 이라크의 위반사항을 보고해올 경우 안보리를 재소집해 사태를 평가토록 하겠다는 내용을 반영해 `2단계 해법'을 수용함으로써 프랑스의 의구심을 누그러뜨리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프랑스와 러시아는 미국의 최종 수정안이 여전히 자동적인 군사행동에 관해 "모호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명료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와 러시아가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부분은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에 들어가기에 앞서 안보리의 승인을 받도록 보장하자는 것. 그러나 미국은 안보리 재논의가 양보할 수 있는 마지막 선이며 안보리의 2차 결의에 의해 "손이 묶이는" 사태는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프랑스와 러시아가 "모호성"을 지적함에 따라 미국이 안보리의 2차결의에 얽매이지는 않더라도 이라크를 공격하기 전에 안보리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최종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고위외교, 안보 담당 관리들과 회의를 했으며 이 결과에 따라 결의안의 안보리 채택여부가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가 동조할 경우 미국과 영국의 안에 선뜻 찬성하기를 꺼리는 일부 비상임이사국의 동조도 끌어낼 수 있어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 관리들의 예상대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9표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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