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번 중간선거를통해 진로 트기와 위상 굳히기에 성공했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게 돼 이라크 전쟁을 비롯한 현안에서 앞으로 정책 운용이 한결 쉬워졌고 오는 2004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재선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 지난해 `9.11 테러' 이후 여당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됐고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공화당은 그렇기 때문에이번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이번 중간선거는 특히 2000년 대선에서 절대 득표수에서 뒤지고도 플로리다주의재개표 논란 끝에 대법원 결정으로 대통령으로 결정된 부시 대통령이 그 동안 나돌던 `정통성' 시비를 잠재우는 계기가 됐다. 더욱이 부시 대통령은 이번 승리로 재집권의 발판까지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대테러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업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67%를 기록했다. 이런 기록은 과거50년간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 가운데 최고치다. 이 같은 지지율이 이번 선거에서 큰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부시 대통령은 약 1개월에 걸친 공화당 후보 지지 유세에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 축출을 위한 이라크 전쟁의 불가피성을 강력히 천명했으며 테러전쟁 등을 집중 부각시켰다. 미국 국민은 결국 부시 대통령이 이 같은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을 지지한 셈이다. 이제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 행보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시 대통령은 그 동안 이라크 전쟁 결의안이나 국토안전보장부 신설법안 등 대형 법안에서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에 발목을 붙잡혔다. 그러나 이제는 임기 후반 2년 동안 의회의 견제를 받지 않고 소신껏 정책을 펼 수 있게 됐다. 특히 이라크 전쟁이나 대북 정책 등 대외정책 외에도 10년 감세 정책이나 종교단체에 대한 연방기금 기부, 보수성향의 판사 임명 등 국내정책에 대한 민주당의 견제도 없어졌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 가능성과 추가 테러 가능성, 주식시장의 계속되는 슬럼프, 경제전망의 불확실성 등 불안요인을 해결해야 하는 큰 책임을 떠안고 있다. 집권당이 상하원을 장악하게 됐지만 이 상황에서 현안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자신의 지도력 부재를 그대로 드러내게 된다. 정국 주도권을 쥐었다고 반드시 다음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이테러전쟁을 치르고 이라크 전쟁을 준비하는 비상시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위기 상황이 지나간 뒤에 미국 국민의 선택이 어떻게 될 지는 미지수다. 재선을 노리는 부시 대통령은 남은 2년 동안 의회와 관계를 잘 유지하고 대테러전쟁, 경제불안 등 위기상황을 무리없이 헤쳐나가며 지도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