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가을. 당시 중국 최고 실력자였던 덩샤오핑은 당 간부들을 모아놓고 연설했다. 그는 "마오쩌둥이 혁명 1세대 지도자였다면,나는 2세대,장쩌민 총서기는 3세대"라며 "장 총서기를 이을 지도자는 제4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인재를 과감하게 발탁해야 한다. 당의 생명력은 세대교체를 통한 연경화(年輕化·연소화)에 달려있음을 명심하라"는 말로 연설을 끝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중국 정계에 '제4세대 지도자'가 핵심어로 등장했다. 4세대 정치인들은 8일 열릴 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16大)에서 권력 중심부로 약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진타오(60) 원자바오(60) 우방궈(61) 자칭린(62) 쩡칭훙(63) 황쥐(64)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정치성향은 다르다. 누가 뒤에서 밀어주느냐에 따라 계파가 갈린다. 서로 손을 잡거나,견제하기도 한다. 그런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제4세대 정치세력'이라는 게 정치적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3세대의 핵심지도자인 장 주석은 '권력 연장의 꿈'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대교체를 통해 당의 연경화를 이뤄야 한다'는 덩샤오핑의 유지를 거부할 수 없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연경화'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 자체가 정치적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세대교체는 중국 정계의 대세를 결정짓는 키워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정계뿐만이 아니다. 행정부 차관 국장급 고위인사는 40대가 주류를 이룬다. 업계에서도 40대를 갓 넘긴 젊은 총수들이 수두룩하다. 중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이치(一汽),중국의 IBM으로 불리는 롄샹(聯想),컬러TV시장 선두업체인 캉자(康佳),세계 최대 중앙제어식 에어컨업체인 위안다(遠大) 등은 40대 초반의 CEO들이 이끌고 있다. 40대 돌풍에는 60년대 중반부터 10년 동안 지속된 문화대혁명 시기의 '지식공백'이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정계에서 지속적인 세대교체 바람이 불어왔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중국 정계의 세대교체가 전체 사회를 젊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