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터키 총선에서 의석 60% 이상을 석권한 이슬람계 정의발전당(AK)의 한 고위 간부는 5일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감행할 시점이 아니라고 경고, 새 정부가 무력에 의한 이라크 사태 해결 방침에 회의적인 현 정부 입장을 이어 받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간부는 이라크가 유엔 무기사찰단의 무조건 복귀에 합의하는 등 유엔과 협력할 의사를 보이고 있음을 상기시킨 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면 스스로에게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 이라크 공격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그는 그러나 유엔안보리가 이라크 공격을 용인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면 이를 준수하겠다고 말해 새정부가 유엔을 통한 이라크 사태 해결 입장을 견지하고 있음을 분명히했다. 터키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시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들이 독립국가 창설을 기도하고 이렇게 될 경우 지난 15년간 자치를 요구하며 투쟁해 온 자국내 쿠르드족 반군들을 부추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주요 동맹국인 터키는 걸프전 때 남부 인시르리크 공군기지를 미 전투기 중간기착지로 내주는 등 서방의 이라크 공격에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4일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한 뷜렌트 에체비트 총리 정부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왔으나 미 군용기의 터기 공군기지 사용을허가할 것으로 기대돼왔다. 터키 공군기지 3곳은 이라크 북부에 근접해 있는데다 시리아가 터키 남부 인시르리크 공군기지에서 발진하는 미 공군기의 비행허가를 거부할 수도 있어 중요성이더해지고 있다. 한편 정의발전당은 5일 총회를 열어 종교 활동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전력 때문에 총리가 될 수 없는 레셉 타입 에르도간 당수 대신 새 지도자를 선출하는 문제를논의했다. 이스탄불 시장을 역임한데다 독특한 카리스마 등으로 인기를 끌어 온 에르도간 당수는 99년 유세 당시 이슬람 관련 시를 낭독, 반(反)종교활동을 벌인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현지 분석가들은 정의발전당이 전체 의석 550석 중 363석을 차지, 헌법 개정에필요한 3분의2에 약간 부족하지만 에르도간 당수가 결국 헌법을 바꿔 총리직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1야당도 차기 집권당의 이같은 움직임을 지원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중도 좌파인 공화인민당의 데니즈 바이칼 당수는 5일 에르도간 당수의 총리 취임을 지원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앙카라 AP=연합뉴스)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