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자폐아가 말을 배우고 의사를 전달하는데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고 영국의 BBC 인터넷판이 4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12년 전 미국에서 개발된 '그림교환 의사전달 체제'(PECS)라는 교육프로그램이 많은 자폐아들의 생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면서 페루의 수도리마에 있는 자폐아 클리닉인 애너 설리번 센터에서 운영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 곳에서는 PECS를 이용해 자폐아와 언어 장애아들의 언어학습과 의사전달에 커다란 효과를 거두고 있다. PECS란 한마디로 교사가 아이들에게 그림을 통해 의사를 교환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마실 것을 원하면 교사가 음료가 그려진 그림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다음에는 그림과 단어를 연결시키는 법을 가르쳐 준다. 그러면 자폐아와 언어장애아는 대부분 말을 배우게 된다고 한다. 설리번 센터를 설립한 릴리아나 마요 원장은 PECS는 언어 장애아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어디가 아픈지를 표시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한다. 울고 소리 지르고 때리는 행동에만 익숙하던 언어 장애아들이 일단 자기가 원하는 것을 그림으로 보기 시작하면 본인은 물론 아이를 보살펴온 가족들까지 생활이 달라지게 된다고 마요 원장은 말한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목소리에요. 언어 장애아들에겐 PECS가 바로 목소리인 것이죠.....아이들이 말을 못하면 좌절하게 되고 따라서 의사전달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설리번 센터에는 정도 차는 있지만 학습능력이 모자라는 아이들 약 350명이 다니고 있다. 이 아이들은 PECS 방식을 도입하기 전에는 말을 못하거나 어떤 의미있는방법으로 의사전달을 하지 못했다. 카미야라는 여자아이는 전통적인 언어학습요법으로 가르쳤을 땐 가르쳐준 단어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반복했지만 지금은 그림책을 보면서 먹고 싶은 것을 말할 정도가 되었다. PECS는 모든 자폐아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미 말을 할 줄 아는 자폐아는 필요없다. 마찬가지로 PECS는 자폐아는 아니지만 의사전달을 못하는 장애아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리마에 살면서 안젤만 증후군(의사전달을 잘 못하고 주의력 지속 시간이 아주 짧다) 환자인 7세 딸을 설리번 센터에 보내고 있는 엘사 도슨 부인은 2-3개월 밖에 안 되었는데 PECS의 효과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랍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skha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