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14대 총선이 친(親)이슬람계 정당의 제1당 부상이 점쳐지는 가운데 3일 오전 6시(현지시각) 서부 주(州)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번 총선에서는 뷜렌트 에체비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연정 내 3개 정당을 비롯한 대다수 터키 정당들이 1개 의석도 지키지 못할 위기에 처한 반면 친이슬람계 정당의 약진이 예상된다. 터키 유권자들은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상황을 초래한 책임을 물어 에체비트 총리와 대부분의 현역의원들을 낙선시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올해 77세 고령인 에체비트 총리는 이미 총선후 정계를 은퇴할 뜻을 시사한 바 있다. 집권당에 등을 돌린 터키인들은 활동이 금지됐던 친이슬람정당 출신 의원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창당한 정의발전당(AKP)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 정당의 타입에르도간 당수는 1999년 이슬람 선동 혐의로 복역한 전력 때문에 총선 출마가 금지됐고 당 자체는 터키 사법당국으로부터 폐쇄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의발전당은 집권후 이슬람을 지향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이같은 의심을 버리지 않는 일부 터키인들은 중도좌파 계열의 인민공화당(CHP)에 표를 던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선거전 여론조사에서는 정의발전당이 약 30%의 득표로 제1당, 인민공화당이 20%안팎의 득표로 제2당이 되고 나머지 몇몇 정당들이 의석 확보 가능 득표율인 10% 이상의 표를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터키의 선거는 전체 유효투표의 10%이상을 득표하는 정당이 특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차지하는 비례대표제 방식으로 치러진다. 모두 18개 정당이 참여한 이번 총선에서는 총 4천140만명의 터키 유권자들이 550명의 의원을 선출하게 된다. 이스탄불에서 투표를 한 하티세 비랄(43.여)씨는 "다른 정당에 대한 신뢰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정의발전당에 표를 던졌다. 우리는 빈곤을 퇴치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길 원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경제상황때문에 고통받아온 터키 국민들은 정의발전당이 종교 보다는 사회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이 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있다. 앙카라 빌켄트대학의 무라트 켐렉 교수는 "터키인들은 이슬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빵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터키인들은 정의발전당이 친서방적이고 정치와 종교가 분리된 터키정치체제의 틀을 흔들어 결과적으로 군부를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터키군부는 지금까지 3차례 쿠데타를 일으킨 전력이 있다. 특히 이번 총선은 터키의 맹방인 미국이 인접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을 준비하고 터키도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 중인 중요한 시점에 실시돼 세계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앙카라 AP.AFP.dpa = 연합뉴스) bondong@yna.co.kr